증권 IB&Deal

[시그널]기술특례상장 때 429억 번다더니 170억 적자…몸값만 불린 '싹 노란 떡잎'

[기술특례상장 실적 뻥튀기]

◆2018~2020년 코스닥 입성 65곳 분석

브릿지바이오, IPO때 순익 251억 제시하고 263억 손실

유튜브 채널 '캐리…'는 전망치의 ¼도 안돼 '괴리' 심각

주관사도 공모 흥행만 몰두…"수요예측서 검증 강화해야"








2019년 12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항암 신약 개발 업체 메드팩토는 상장 과정에서 2021년 예상 매출액이 741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자사의 면역 항암제 후보 물질 백토서팁이 2021년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될 것을 기대하고 내놓은 추정치였다. 회사 측은 이 같은 매출 전망치를 토대로 지난해 예상 순익도 429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메드팩토의 지난해 매출액은 여전히 0원이다. 당기순손실은 170억 원에 달해 상장 이후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28일 최근 3년(2018~2020년)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들어선 기업 65곳(스팩 상장 제외)을 분석한 결과 메드팩토처럼 실적 전망을 엉터리로 한 곳들이 대다수였다. 상장 시 지난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기업은 57곳이어서 분석 대상이 됐는데 2곳을 뺀 55개사가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3대 실적 항목에서 1개 이상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실적 항목 3개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 곳도 47개사(82.5%)나 됐다.



일례로 2018년 12월 코스닥에 입성한 항암제 개발 업체 에이비엘바이오는 상장 전 2021년 매출을 563억 원, 순이익을 261억 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그러나 에이비엘바이오의 지난해 실제 매출은 53억 원으로 전망치의 9.4%에 불과했다. 더욱이 당기순손실은 435억 원에 달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 다른 바이오 벤처인 브릿지바이오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2021년 251억 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263억 원의 순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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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이 아니더라도 사정은 비슷해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주목을 받아 2019년 10월 사업 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에 나섰던 캐리소프트는 2021년 매출을 301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지난해 실제 매출은 67억 원에 그쳤다.

기술특례상장업체의 실적 전망치와 실제 실적 간 괴리가 너무 크자 투자 업계에서는 업체와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실적 뻥튀기’를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은 상장 전 추산하는 미래 매출·순이익 전망치를 바탕으로 공모가 범위를 산출하고 있다.

실적 전망치가 클수록 특례상장기업은 자사의 몸값을 높여 받게 돼 유리하다. 주관사들도 공모 흥행에 도움이 되고 상장 후보 기업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장사’에 득이 될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례상장 추진 기업이 원하는 기업가치를 미리 정해두면 이에 맞춰 실적 전망치를 주간사가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증권사 임원, 대표도 단기 실적에 매몰돼 못 본 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IPO 전 증권 신고서를 검토하는 금융감독원이 실적 추산치의 기본적인 합리성과 타당성을 깐깐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이라는 기본적 취지는 인정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크게 낮은 사업이나 기술 판매 등을 과대 홍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IPO 전문가들은 상장 예정 기업의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실적 전망치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져 시장 기능이 작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예측은 상장 주관사 등이 최종 공모가를 정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공모주 수요를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처럼 공모주를 10년 넘게 보유한 기관들이 많아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이 상장 후보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꼼꼼히 따진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공모주, 특히 기술특례상장 공모주의 경우 기관들이 참여해도 단기 목적으로 투자가 이뤄져 수요예측 시 실적 전망치에 대한 검증이 부실한 실정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적 전망치 같은 ‘예측 정보’를 검토하고 잘못한 것을 지적해야 할 사람들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라며 “수요예측에서 적정 공모가 발견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대표 주관사와 수요예측 참여 기관 간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우일 기자·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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