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압박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건축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 업체들이 2차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계약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24일 ‘물가 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 요구 추가대응’ 문건을 각 회원사에 전달했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연합회는 30일까지 물가 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 대상 사업장과 공사비 증액에 비협조적인 시공사를 파악해 4월 중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골조 공사 하도급 업체의 연합체로 이번 현황 파악에 전국 5개 지부가 모두 참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협상에 불성실한 시공사에 강력히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고자 파악하는 것”이라며 “진행 상황을 검토해 4월 초중순께 2차 투쟁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연합회는 지난달 21일 시공 능력 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에 계약 금액 20%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이 중 44개 사는 본사가 직접 손실 보전에 대한 보상 확약서를 전달했으며 19개 사는 현장에서 손실분을 정산하기로 합의했다. 연합회는 2일 협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건설사의 현장 30여 곳에서 파업을 실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 및 인플레이션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러시아 제재까지 더해지며 건설 원자재 수급 불안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러시아산 의존도가 무려 75%에 달하는 유연탄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시멘트업계는 감산과 출하 제한에 나섰다.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1년 전 톤당 71.94달러였던 것이 톤당 256달러로 무려 3배 이상 뛴 상태다. 레미콘업계도 시멘트 가격 인상과 운송 노조의 운송비 인상 요구 등에 따라 지역별로 건설업계와 가격 협상 중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재고량이 건설 성수기(4∼5월) 대비 50% 수준(60만 톤)으로 파악돼 4월 중 레미콘 생산 차질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유와 철스크랩 가격도 최근 1년 새 60% 이상 상승했다.
이에 건설협회는 이날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조달청 등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공사가 중단·지연되는 경우 공기 연장 및 계약 금액 조정 △조달청 시설 자재 가격 수시 조정 △원자재 수급난 충격 완화를 위한 한시적 세제 혜택 등 검토 △자재·장비·하도급업계 등 건설 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이 골자다.
건설협회는 “러시아 사태가 촉발한 국제적인 자재·연료가격 급등과 수급 차질로 인해 주요 건설 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4월 이후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게 되면 건설업체는 신규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