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돕던 '첼시 구단주' 중독 증상…러시아 강경파 소행?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협상단 만난 후

충혈, 피부 벗겨짐 등 중독 증상 보여

우크라이나·미국 당국 "음모론 난무"

로만 아브라모비치. 연합뉴스로만 아브라모비치.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중독 의심 증세를 겪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개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인들의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WSJ는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브라모비치와 2명의 우크라이나 협상단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 3일 키이우에서 협상 관련 회의를 진행한 직후 눈 충혈, 고통을 수반한 눈물, 얼굴과 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는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상실해 식사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들의 상태가 호전돼 생명에 별다른 지장은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사건 이후 진상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독극물의 종류 등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사는 지난 2020년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리가 대상이 됐던 신경작용제 중독 사건을 조사했던 벨링캣(온라인 탐사보도 매체)의 수석 조사관 크리스토 그로체프가 주관하고 있다. 그로체프는 협상단이 키이우 회담 이후 평화협상이 열리는 이스탄불로 바로 이동해 적시에 샘플을 채취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한 포렌식팀도 조사에 나섰지만, 독극물을 발견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경과했다고 했다. 그로체프는 "이번 공격은 살해 목적이 아니라 경고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소식통들은 평화회담에 훼방을 놓으려는 러시아의 강경파들이 아브라모비치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공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앞서 2004년 우크라이나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 2018년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등을 상대로 한 독살 시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들의 중독설에 선을 긋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이들의 증상이 "중독이 아니라 환경적 이유 때문"임을 시사하는 첩보가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도 "추측과 다양한 음모론이 난무한다"고 했다. 실제로 아브라모비치의 중독 증상이 발현됐던 자리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있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겪지 않았다고 한다.

모친이 우크라이나 태생인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평화협상에 긴밀히 관여해 왔다. 그는 최근 마리우폴 시민들의 대피 등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 부과를 거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첼시의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에 아브라모비치는 첼시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브라모비치는 독극물 의심 사건에도 불구하고 계속 평화협상에 관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