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각국의 재정지출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교육·사회보장 같은 항목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국방·식량·에너지 등 국가 유지의 필수 항목에 대한 지출이 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방·식량·에너지 관련 예산이 증액되는 등 각국 재정지출의 갑작스러운 개편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변화는 국방 예산 증가다. NYT가 “가장 극적인 사례”로 지목한 독일의 경우 최근 올라프 숄츠 총리가 국방비를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3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독일은 군 현대화 등에 1000억 유로를 투입할 방침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하면 한 해 전체 예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국방비를 추가로 증액하겠다고 공약했다. 루마니아 역시 국방비를 전년 대비 25%나 늘렸다.
전쟁의 여파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각국의 식량 관련 지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아일랜드는 최근 ‘사료및식품안전보장위원회’를 신설해 식료품·비료·사료 가격 폭등에 대응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농작물을 추가 수확하는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총 1320만 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에너지 관련 예산과 감세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개인에 대한 330달러의 에너지보조금 지급과 감세 등 총 175억 달러의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며 아일랜드도 유류세 인하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은 트럭 운전사 파업이 이어지자 에너지 관련 비용을 환급해주기로 했다. 영국도 32억 달러에 달하는 유류세 감면과 저소득층 지원안을 내놓았다.
다만 전쟁이 촉발한 군비 증강, 유류세 감면, 식량보조금 지급 정책 등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은 유럽 각국의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NYT는 “에너지 감세 등이 대중에게는 환영을 받지만 세수를 줄여 이미 기록적인 국가부채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