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앤드루 여 석좌 "中의 정치개입 경계…韓日 '北 도발' 협력해 신뢰 회복해야"

[특별인터뷰] 앤드루 여 美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尹 민주주의 가치동맹 자리매김 위해선 '안보협력' 필수

文 정부가 하지 않은 것 해야 '印·太 안보 파트너' 될 것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은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에 무게





“일본·호주·프랑스 등이 한국 하면 K팝과 반도체, 경제 강국을 떠올리겠지만 인도태평양의 안보 파트너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파트너로서의 한국의 위상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9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와 만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 석좌는 5월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외교적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이 이미 경제·문화적으로는 세계적인 위상을 확립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하는 ‘민주주의 가치 동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미중의 격전장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에 관심이 높았고 이를 자랑스러워했지만 인도태평양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시각차가 있었다”면서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하지 않은 부분을 밀고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 석좌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주목하는 것은 이 지역이 민주주의 가치 동맹이 중국과 경쟁하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 지역에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 새로운 안보 동맹들이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인공 섬들을 군사화하면서 미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적 긴장감도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 간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안보 협력은 필수적이다. 여 석좌는 “한국은 세계에서 열 번째로 많은 국방 예산을 지출하는 나라”라면서 “한국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안보적 위상 강화가 곧 중·장기적인 국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 석좌의 주장이다.

中은 자신의 길 갈뿐…韓이 어느 편이든 달라지지 않아

여 석좌는 이 같은 전략이 중국과의 마찰을 키울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 보다 의연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중국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고 한국의 이익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한국이 중국과의 대립을 피하기로 결정하든, 말든 중국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 지역 내 미국의 동맹 관계 측면에서 한국을 약한 고리 중 하나로 삼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여 석좌는 특히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다른 나라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 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에서는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정치 지형을 바꾸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5월에 실시되는 호주 총선을 앞두고 반중 성향의 호주 정부 여당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고 친중 정치인을 지원하는 식으로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대북 당장 해법 없어…전략적 인내로 갈 것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정부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여 석좌의 진단이다.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핵 무장을 강화하고 있으나 조 바이든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억제와 안정 전략에 주력할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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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석좌는 “우크라이나 문제 등 다른 국제적 위기 때문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화에 복귀하거나 핵실험을 벌이지 않는 한 바이든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이기는 어렵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겠지만 바이든 정부는 위기관리에 전략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마바 전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언급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원하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전략적 인내 2.0’이 가장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다만 북한의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유예) 파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패’라고 규정짓기는 어렵다고 여 석좌는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에 완전히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긍정적인 첫발을 내디뎠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전략이 “방어와 억제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북한을 다시 끌어내기 위한 잠재적 기회를 찾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일 관계 개선 첫 걸음은 신뢰회복…北 문제 협력부터

윤 당선인이 의지를 보인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양국 간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부터 신뢰 관계를 차근차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윤 당선인과 그의 외교팀은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역사적 문제에도 덜 집착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윤석열 정부라고 해서 강제 노동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도 중요하다. 그는 7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움직일 공간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여 석좌는 “한국과 일본은 최소한 의견이 일치하는 북한 문제에서 협력하거나 한미일 3국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필요가 있다”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 구축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여는…

지난해 9월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로 임명된 한국계 정치학자로 2008년부터 미국 가톨릭대에서 강의하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를 연구해왔다. 현재 미국과 동맹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는 2013년 SK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자리로 직전 한국 석좌인 정 박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현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 대북 특별부대표를 맡고 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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