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 지역의 방사능 경고 표지판. AP 연합뉴스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인근 숲에서 보호 장비도 없이 참호를 팠던 러시아군이 방사능에 피폭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곳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세계 평균의 5000 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현지 UNIAN 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사선에 피폭된 러시아 병사를 태운 버스 7대가 벨라루스의 병원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체르노빌 접근제한구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원전 인근 '붉은 숲'에서 참호를 팠다고 전했다.
붉은 숲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방사선에 피폭된 소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변색해 고사한 지역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옹해 "러시아군이 아무런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장갑차를 몰고 붉은 숲을 통과했다"며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피폭 여파인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러시아군이 체르노빌서 철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에네르고아톰은 성명에서 "체르노서빌 원전과 접근제한구역 내 다른 시설을 점거한 침략자들은 2열 종대로 국경 쪽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체르노빌 원전 인근 슬라우티크 마을에서도 철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에서 완전히 철수했는지 혹은 일부 병력이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를 겪은 곳으로, 현재 모든 원자로의 가동은 중단됐으나 사용 후 핵연료를 냉각 시설에 보관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