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취업이민 8년 간 지연…대법, 알선업체 책임 일부만 인정

계약 내용 중 상당 부분 이행된 상태에서 지연

원천 무효 인정하는 '해제' 아닌 '해지'만 가능

연합뉴스./대법원연합뉴스./대법원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계약 무효와 함께 계약금 전액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 A씨와 B씨가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C사를 상대로 낸 수수료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1년 C사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1만8000달러(2150만원)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비숙련 취업이민은 숙련직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취업 사실만 확인되면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몇 년 뒤 A씨와 B씨는 계약대로 미국 노동부로부터 노동허가와 이만국의 이민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A씨와 B씨에게 각각 2016년 10월, 2017년 10월 비자발급 전 '추가 행정검토' 결정을 내리면서 이민국의 재심사를 받게 됐다. 이후 3년 간 이민 절차가 진척되지 않자 A씨와 B씨는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C사에 알선수수료 중 90% 반환을 요구하는 수수료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상 이민 거절 내지 불가능의 상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민법 제548조 제1항 등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A씨와 B씨에게 각각 1890만원과 지연손해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민국의 재심사 결정이 난 이후 더 이상 진행된 내용이 없고, 최종 결정이 언제 내려질지 예측할수도 없는 상태인데다가 최종 결정을 기다린다고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계약에서 정한 피고의 업무 중 여러 부분이 이미 이행되고, 상당기간이 흐른 경우 원고들이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때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에 따른 효과를 장래에 발생시키는 민법 제550조의 ‘해지(解止)’만 가능할 뿐 민법 제548조에서 정한 ‘해제(解除)’ 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중단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해외이주 알선업체가 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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