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왕촨푸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던 2008년 9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름도 낯선 중국 업체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일각에서는 ‘투자의 귀재’가 감각을 잃은 게 아니냐는 혹평도 나왔지만 해당 기업의 주가가 10배 이상 치솟으며 남다른 안목을 증명했다.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4위인 BYD다.







BYD의 창업자인 왕촨푸는 1966년 안후이성 농촌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지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사망하자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그의 형도 학업을 관두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중등전문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은 그에게 “공부만이 유일하게 살길”이라며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형의 헌신에 힘입어 1983년 중난대의 전신인 중난채광야금대학 야금물리화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베이징비철금속연구원에 들어가 부교수까지 오른 그는 배터리 회사인 ‘비거전지유한회사’ 사장직을 맡게 된다. 배터리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 왕 회장은 1995년 친척으로부터 250만 위안(약 4억 원)을 빌려 휴대폰 충전용 배터리 업체인 BYD를 설립했다. 사명에 ‘당신의 꿈을 이뤄라(Build Your Dreams)’라는 의미를 담았다. 2003년에는 경영난에 빠진 자동차 회사의 지분을 인수했다. 배터리 기술을 전기차에 접목하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201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에서 1위인 테슬라를 제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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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회장이 최근 “올해 3월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했으며 앞으로 순수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에 전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쌍탄(2030년 탄소 배출량 정점 찍고 2060년 탄소 중립 달성)’ 전략에 힘입어 신에너지차 육성에 적극적이다.

자동차 제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낡은 규제와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이런 가운데 기아가 미래형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국내에 짓기로 했다. 새 정부가 말로만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을 외칠 게 아니라 이를 실천으로 옮겨야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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