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초양극화 시장에서 기업들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다. 이에 따라 영역과 국경을 넘나들며 신성장 동력을 찾는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은 오늘날 기업들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 됐다.
EY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크로스보더 M&A 규모는 2020년 1630억 달러에서 2021년 34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이렇게 국경을 넘는 M&A 수요는 급증했으나 여전히 진입 장벽과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
성공한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선제적 구축 △사모펀드·컨설팅 등과의 협업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아웃소싱 △맞춤형 거버넌스 구조 디자인 △핵심 인력에 대한 사전적 이탈 방지 방안 수립으로 정리될 수 있다.
성공적인 크로스보더 M&A의 시작은 좋은 딜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에 들어오는 해외 M&A 매물은 이미 다수의 투자가를 거쳐 거절된 매물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능동적으로 매물을 발굴해야 하며 관심 지역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 현지 전문성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내 소재 플레이어와의 협업도 좋은 수단이다. 본사 및 지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사모펀드와 컨설팅사 등은 딜을 발굴할 때뿐만 아니라 인수 추진 과정에서 현지 창구로 활용하기에도 유용하다.
딜 성사 이후에도 기업들이 직면하는 패인은 바로 국가 간 규제, 업무 방식, 문화로 인한 차이다. 즉 크로스보더 M&A의 성패는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성공적인 PMI의 시작점은 효율적인 거버넌스, 즉 현지의 규제를 고려해 피인수 기업에 맞춤화된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국내 원료의약품 A사가 해외 원료의약품 회사를 인수할 당시 주요 적자 원인이던 영업력과 기술력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조언이 가능한 국내 기업연구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해외 고객과 영업 네트워크가 뛰어난 현지 인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한 바 있다. 또한 국내 본사와의 보고 체계와 위임전결 규정에 대해 검토 후 맞춤형 체계를 재구축해 PMI 과정 중에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디지털 기업 M&A의 경우 인력 이탈 방지가 PMI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테크 기업인 B사는 인수 과정에서의 핵심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해 M&A 경험과 인사 경력을 동시 보유한 인력을 편성한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조직은 인수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 인력들과 1 대 1 심층 면담을 바탕으로 핵심 인재를 규명하고 맞춤형 보상 패키지를 설계하며 온보딩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특히 ‘뷰카(VUCA, Volatility·Uncertainty·Complexity·Ambiguity)’가 최고조에 달한 시대에는 크로스보더 M&A의 성공 원칙을 이해해야만 생존과 성장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