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인 업종별 차등화 여부를 놓고 장외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업종별 차등화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시 외풍에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차기 정부는 최저임금 차별화를 공언하면서 노동자를 갈라치고 있다”며 “최저임금법상 가능한 ‘업종별 임금차등’ 조항에 대해 민주당이 법 개정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이 밝힌 조항은 최저임금법 제4조다. 4조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업을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화는 최저임금 심의가 열릴 때마다 인상률과 함께 노사가 크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경영계는 업종별 지급 여력을 고려해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전체 근로자를 보호하는 취지에 따라 차등화는 불가하다고 대립했다.
5일 시작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도 노사는 업종별 차등화 도입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차등화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도 한국노총처럼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노동계의 요청대로 최저임금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회는 민주당이 의석 수가 가장 많아 윤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진다. 한국노총은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이날 박 원내대표도 “(윤 당선인이) 대선 때 보여준 모습을 보면 걱정되는 모습이 많다”며 “저는 노동 존중 사회라는 우리의 대명제가 후퇴해선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만일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최임위의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임위는 차등화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로 도입 여부를 결정해왔다. 최저임금법 4조에 사업별 구분을 최임위 심의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최임위는 인상률과 차등화로 상대방을 설득해 합리적인 결론을 찾으려고 했다”며 “국회가 한쪽(노동계) 편을 드는 법 개정을 한다면 최임위가 다시 정치적인 외압에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