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 매달 최대 950억 달러(약 115조 7300억 원)씩 보유 자산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다.
연준이 6일(현지 시간) 내놓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참석자들이 자산 감축 월 상한선을 국채 600억 달러에 주택저당증권(MBS) 300억 달러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다”며 “상한선은 시장 상황에 따라 3개월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 내에서 950억 달러라는 구체적 수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800억~1000억 달러 정도를 예측해왔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8년에는 상한선이 500억 달러였는데 100억 달러에서 단계적으로 500억 달러까지 갔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바로 (높은 수준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감축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양적 완화(QE)를 통해 무제한 채권 매입을 해온 연준은 현재 8조 9000억 달러가량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연준은 다음 달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도 강력하게 시사했다. 회의록은 “많은 참석자들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2%)보다 높고 더 오를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기준금리는 위원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낮기 때문에 0.5%포인트 인상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심각한 단기 불확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위원들이 3월에 0.25%포인트만 올리는 것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3월에도 다수가 0.5%포인트 인상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 분명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5월 FOMC에서는 0.5%포인트를 올리는 방안이 확실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다가오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확정적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예측에 이날 나스닥이 2.2% 넘게 빠졌고 10년물 국채금리도 전날에 이어 연 2.6%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금의 금융시장 조건은 아직 그렇게 많이 긴축되지 않았다”며 “10년 금리가 연 2.5~2.6%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며 연준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시장금리는 더 오르고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크바 CIO는 “소프트랜딩(연착륙)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는 경기 침체와 주식 매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