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에 유행처럼 번졌다 익숙하게 자리 잡은 포맷, 바로 ‘쌍방향 소통’이다. 연예인 출연자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방송을 만들어나가는 생방송 형태의 인터랙티브 예능은 이제는 프로그램의 일부가 된 시청자들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의지를 담고 있기도 했다. 굳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 전부터 흐름은 이어져 왔다. 아마 전통 미디어의 쇠퇴를 탈피하기 위한 하나의 변주였을 테다.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이른바 '비대면', '언택트' 같은 단어들이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인터랙티브 예능은 이에 더욱 활성화하는 추세다. 과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등장이 인터랙티브 예능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면, 최근 방영을 시작한 카카오TV 오리지널 '플레이유'는 다양해진 인터랙티브 예능 홍수 속에서 ‘새로운 깃발을 꽂은 작품'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쌍방향 소통 예능이 주는 ‘친근함’
2015년 방영을 시작했던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쌍방향 소통 예능, 이른바 예능의 생방송화를 대중화시킨 주인공이다. 일명 '마리텔'은 각 분야의 전문가 혹은 스타들이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시청률 경쟁을 펼친다. 전파를 타고 방송되는 화면은 인터넷 생방송의 편집본일 뿐이다. 방송에선 시청자들이 남긴 댓글들이 예능 자막처럼 첨가된다.
‘마리텔’을 통해 가장 수혜를 본 인물이 바로 백종원이었다. 그는 방송을 통해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면서 많은 팬을 모으게 됐다. 그는 방송에서 5번 연속 우승을 거머쥐는 등 '마리텔'의 키맨임을 입증했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그는 스타덤에 올랐다.
백종원은 이후 한 번 더 인터랙티브 예능에 도전했다. 그가 5년 만에 MBC로 복귀한 방송,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이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와 친하지 않은 시청자 49명을 선별해 백종원, 양세형과 화상 소통을 진행한다. 두 사람은 ‘랜선’을 통해 초보자들도 할 수 있는 쉬운 요리를 가르쳐주며 일명 '요린이' 구출 대작전을 펼친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백파더'는 시간 관계상 본 방송을 마칠 때면 네이버TV로 이어가 마무리를 맺었다.
인터랙티브 예능판에서 자주 보이는 또 한 명의 얼굴이 있다. 방송인 김구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비롯해 최근 방영됐던 MBC 예능 '심야괴담회' MC를 맡았다. '심야괴담회'는 44명의 어둑시니, 그러니까 일종의 방청객들이 화상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괴담을 듣는다. 이후 어둑시니들은 평가를 내려 최고의 괴담꾼을 가려낸다.
'심야괴담회'는 화상 앱 대중화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공포의 숫자 4를 활용해 총 44명 방청객을 온라인으로 초대함으로써 신개념 스토리텔링 챌린지 프로그램이란 타이틀을 따냈다. 방청객을 스튜디오에 초청했다면 그 맛이 덜할 수도 있었겠다. ‘온라인 방청’이라는 포맷이 가능했기에, 방청객들은 방구석에서 혼자 괴담을 들으며 더욱 오싹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에 의한, 코로나를 겨냥한 예능 프로그램도 최근 등장했다. 세계 각국 현지 영상을 살펴보고 화상 앱을 통해 대화하는 JTBC '톡파원 25시'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에 제동이 걸리자 해외 소식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 예능이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 거주하는 교민, 유학생 혹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을 일명 '톡파원'으로 임명해 스튜디오의 진행자들과 공간의 한계가 없는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다.
소통 흐름을 거꾸로 뒤집은 '플레이유'
카카오와 유재석이 손을 잡고 제작한 '플레이유'는 총 12부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유튜브와 카카오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본편은 30분 내외 분량으로 편집돼 매주 화요일 오후 5시에 카카오TV에 공개된다.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유재석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시청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유재석이 미션을 수행하는 콘셉트로 매주 다른 테마와 미션을 받아 현실 속 맵 안에서 미션을 완수한다.
이 역시 시청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차별점은 시청자와 출연자의 상호작용 방향에 있다. 그동안 인터랙티브 예능이라고 하면 출연자의 얘기 혹은 지시를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 플레이유는 이 흐름을 거꾸로 뒤집었다. 시청자의 지시를 출연자인 유재석이 따른다는 것. 방송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을 그대로 반영하며 진행된다. 유재석은 대본도 없이 방송에 참여해 시청자들과 날 것 그대로의 소통을 즐긴다.
인터랙티브 예능은 그동안 비슷비슷한 스튜디오 촬영을 고집한다는 한계를 드러냈었다. 출연자가 굳이 야외에서 방송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데, '플레이유'는 출연자인 유재석이 역으로 수동적 역할을 자처하면서 이 공식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로케이션 촬영과 다채로운 테마, 게임을 연상케 하는 미션은 시청자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방식의 참신함 덕분일까, 신개념 예능 '플레이유'는 공개 일주일만인 지난 20일 누적 조회 수 300만회를 넘어섰다. 카카오TV에 따르면 '플레이유'는 실시간 라이브 50만회, 편집 방송분 250만회 등 총 300만회 이상의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유재석을 조종한다’는 유쾌한 발상이 통한 것.
일부 프로그램들은 ‘날것의 재미’를 추구한다며 소재의 자극성과 높은 표현 수위를 앞세우기도 한다. 비주류로 통했던 인터넷 방송 문화를 레거시 미디어들이 너도나도 차용하면서 나타나는 우려 지점이다. 다만 시청자를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이기도 하다. 시청자인 내가 직접 지시를 내리고, 방송을 이끌면서 이제는 '자기들끼리 재밌는' 방송이 아니라 '네가 웃을 때 나도 동시에 웃는' 방송이 됐다.
가히 카카오TV '플레이유'가 기존 쌍방향 예능의 공식을 깨고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만 하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우리를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만들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