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콘서트홀이 많은 파이프오르간을 보유해서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은 솔로 악기로도 훌륭하지만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웅장함 면에서) 오케스트라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입니다.”
전 세계를 돌며 파이프오르간을 유지보수해 온 경력 32년의 베테랑 테크니션 유르겐 한트스탕어는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악기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파이프오르간은 수직으로 서 있는 파이프 수천 개의 위용으로도 보는 사람을 압도할 뿐 아니라 웅장한 음량과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기에 ‘악기의 제왕’으로도 불린다. 국내 클래식 전문 공연장 중에선 유일하게 롯데콘서트홀이 보유한 파이프오르간은 4958개의 파이프와 함께 68가지의 음색을 구현할 수 있다.
파이프오르간은 모터가 돌아가며 바람을 공급해, 건반을 누르면 설정된 음색에 따라 열린 악기 내 파이프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가 소리가 나는 원리로 작동한다. 한트스탕어는 지난 2016년 롯데콘서트홀에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했고, 이번 방한 이후 지난 24일부터 여러 기능을 점검하는 중이다. 그는 연주대의 4단 건반과 페달, 발건반(발로 연주하는 건반), 파이프를 비롯해 이들을 연결하는 장치, 음색을 조절하는 장치인 ‘스톱’, 바람상자, 소리 강약을 조절하는 ‘스웰박스’ 등 장치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한트스탕어는 “이번엔 특히 무대에서 이용하는 이동식 콘솔의 안정적 작동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프오르간은 일상적 유지보수에 연간 억대의 비용이 드는 걸로 알려졌는데, 관리는 어떻게 할까. 평상시 조율을 담당하는 안자헌 오르간 빌더는 “5000개 가까운 파이프를 연습마다 일일이 조율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공연 마다 관객 수, 조명의 사용 등에 따른 온·습도 변화에 대비해 조율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콘서트홀은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간 중단된 오르간 리사이틀을 재개한다. 시작은 다음 달 10일 열리는 영국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의 리사이틀이 장식한다. 연주와 해설이 어우러진 공연 ‘오르간 오딧세이’를 통해서도 대중에 파이프오르간을 알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