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를 격침시키는 과정에서 미국이 주요 정보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호를 공격할 수 있도록 미국이 ‘좌표’를 찍어줬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러시아와의 확전 가능성을 경계한 듯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NBC방송은 5일(현지 시간) 미 당국자를 인용해 지난달 14일 모스크바호가 침몰할 당시 미국 정부가 이 배의 위치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측이 흑해에서 운항하던 선박의 정체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했고 미국 정부가 해당 정보를 제공했다”며 “이후 모스크바호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이뤄졌다”고 NBC에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군이 가뜩이나 물량이 부족한 넵튠 2발을 쉽게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시 자국군의 대함 미사일 넵튠 2발이 명중해 모스크바호를 격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스크바호 격침은 러시아에 민감한 사안이다. 대함·대공미사일을 포함해 어뢰·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러시아 순양함이 우크라이나가 지난해부터 작전에 투입한 넵튠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현재까지도 “모스크바호는 선상 폭발로 침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해당 보도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은 것도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미국 또는 동맹국에 대한 보복 공격의 명분으로 삼지 못하도록 미국 측이 사전에 차단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