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군에 대한 첫 전쟁범죄 재판이 시작된다. 1호 전범 피의자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던 62세의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한 스물 한살 러시아 군인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 육군 칸테미로프스카야 전차사단 소속 하사 바딤 쉬시마린(21)이 오는 1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고 밝혔다.
쉬시마린은 침공 나흘째였던 지난 2월 28일 우크라이나 동북부 추파히우카 마을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전투기의 공격을 피해 전투 차량으로 달아나던 쉬시마린은 동료 군인 4명과 함께 자전거를 탄 채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집으로 향하던 남성을 향해 AK-74 소총 발포를 주도했다. 숨진 남성이 피격된 장소는 집까지 불과 수십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쉬시마린은 당시 민간인이 러시아군의 위치를 우크라이나군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기소는 우크라이나 사법당국이 전범 피의자를 법정에 세운 첫 사례다.
우크라이나 검찰 측은 쉬시마린이 교전 수칙을 위반하고 계획적으로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했으며, 최고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다른 두 건의 전범 재판도 수일 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민간인 살인과 성폭행 혐의를 받는 러시아군 미카일 로마노프에 대한 궐석 재판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마노프는 지난 3월 남편을 살해한 후 부인을 성폭행하고 아이들을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로마노프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탓에 출석 없이 재판이 열린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침공 이후 확인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가 1만 1000여건에 달하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유엔인권이사회는 전날 특별회의 표결을 거쳐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의혹을 조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주요 조사 대상은 민간인 살해와 고문·성폭행, 아동학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