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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스팩 상장 노리는 K바이오, 미중 갈등은 절호의 기회"

정태흠 SV바이오벤처스 대표

"美스팩, 中 기업 투자 회피 속

600여개 만료 기한도 다가와

기술력 좋은 韓바이오벤처 물색

美상장이 '패러다임 전환' 될 것"





"미·중 갈등이 K바이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자본시장이 중국 기업 대신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을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증권시장에서의 기업공개(IPO)가 새로운 옵션으로 추가되면 한국에서도 차별화된 파이프라인과 기술 스타일을 갖춘 다양한 바이오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태흠(사진) SV바이오벤처스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와 만나 "중국 기업들이 미국 상장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으면서 올 초 미국 내 609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들은 만료 기한이 다가오기 전에 합병사를 빠르게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5년 간 중국 관련 기업 130개가 나스닥에 상장했고, 이들 중 상당 수가 스팩 상장을 이용했지만 한국 관련 기업은 쿠팡과 온페이스게임즈 2곳 뿐"이라며 "내년에 기한이 만료되는 미국 증시 상장 스팩들 중 30%~40%가량이 바이오·헬스케어 합병이 목적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의 빈 자리를 한국 기업이 꾀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 대표는 1990년대 말 현대기술투자 창업멤버로 참여했던 국내 바이오벤처투자 1세대다. 현재는 K바이오의 주축으로 성장한 제넥신(095700), 메디톡스(086900), 바이오니아(064550), 아미코젠(092040) 등에 초기 투자를 집행해 초석을 다졌다. 이후 14년간 미국에서 벤처투자와 바이오벤처의 스팩 상장을 경험하면서 한국 바이오 기업도 이제 나스닥에 진입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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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만큼 기업 M&A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과거 5년간 한국 바이오기업의 기술 수출은 346건으로 미국(380건)으로 미국에 이어 전세계 2위 수준이며, 이 기간 기술 수출 금액도 13조 원 이상으로 10배 가량 확대됐다"면서 “반면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글로벌 자본의 기업 지분 투자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K바이오가 스팩 상장을 통해 나스닥 입성을 추진하면 마일스톤이나 로열티만이 아닌 기업 M&A 빅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바이오 업계에 두 가지 스팩 상장 사례가 등장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K바이오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피에이치파마가 코스닥 상장 실패 후 최근 미국 스팩과 합병했고, 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 스팩 '밸류언스머저'가 나스닥에 상장했다”며 "두 회사의 미국 증시 등장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 미국 투자사들이 동시에 서로에 대해 묻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기술 수출로 성과를 내야만 하는 기업들과 달리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임상 단계를 끌고 갈 자신이 있는 기업들에게는 미국 스팩 상장이 더 매력적"이라며 "직접 상장은 1~2년, 스팩 상장은 6~9개월 가량 시간이 거리기 때문에 스팩 상장을 고려한다면 당장 전략을 수정해 내년이나 후년에 미국 상장에 도전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미국 바이오 업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한국에 비해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을 수 있고, 상장 후에도 적극적인 투자설명회(IR)는 필수라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미국은 바이오 기업은 물론 상장사도 한국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한국 코스닥의 3분의1 수준으로 평가 받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 후에도 코스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유지비용과 IR 비용을 투입해야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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