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6년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화 ‘헤어질 결심’이 23일(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을 통해 처음으로 그 베일을 벗었다. 영화가 공개된 후 현지 외신에서는 이번 작품에 대해 박 감독의 전작들 같은 자극적인 수위의 연출은 없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스릴러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헤어질 결심’은 이날 오후 칸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박 감독과 주연을 맡은 배우 탕웨이, 박해일은 이날 상영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를 통해 턱시도와 드레스를 각각 차려입고 멋을 내며 등장했다.
이번 작품은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 2016년 ‘아가씨’에 이어 박 감독의 네 번째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변사 사건을 조사하던 중 피해자의 아내인 한국에 들어와 사는 중국인 여자 서래(탕웨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은 영화제의 관례대로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박수소리는 8분여간 이어졌다고 배급사인 CJ ENM 측은 전했다. 박 감독은 “길고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주셔서 매우 감사하다”는 소감을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함께 참석해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영화 상영 후 외신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냈다. 이미 192개국 이상의 선판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디와이어는 “박찬욱의 살인 미스터리는 전작인 ‘아가씨’만큼 화려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영화 속 나쁜 로맨스는 전작만큼 깊어진다”고 평가했다. 영국 영화매체 스크린데일리는 이 작품에 대해 “매혹적인 ‘네오 느와르’ 영화”라며 “독보적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로서 입지를 다시 확고히 한다. 스타일에는 피상적이거나 불필요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스크린인터내셔널도 “박찬욱이 극도의 충격적 묘사 없이도 매우 만족스럽고 상업적 잠재력도 있는 스릴러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영화 전문지 데드라인은 “영화의 전반부 80분은 팽팽하게 짜여져 있을 뿐 아니라 섹시하고 영리하다”면서도 “박찬욱의 전작들만큼 강렬하지는 않다”고 소개했다.
한편 박 감독은 현지 간담회를 통해 “어른스러운 영화를 목표로 했다고 해서 꼭 폭력과 섹스를 강하게 묘사할 필요는 없다”며 “좀더 미묘하게 관객에게 스며드는 영화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네 번째 칸 영화제 진출로 수상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대해 “이렇게 다 같이 다 모여서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하다”며 “그냥 재미를 생각할 뿐, 큰 호응을 얻으면 좋겠지만 그건 나중 문제”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