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096530)이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영입해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 대비한다. 씨젠은 올 해 1분기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진단키트 사업 의존도가 높은 탓에 코로나 유행이 종식되면 성장성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 둔 만큼 조만간 투자 활동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31일 바이오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씨젠은 노정석 전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케이-벤처스(K-Ventures) 기획담당을 투자기획실장 전무로 영입했다. 투자기획실은 노 전무가 입사하면서 씨젠에 신설된 조직으로 M&A 및 벤처 투자 역량을 보강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후 미국 시카고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친 노 전무는 M&A와 경영 전략 컨설팅 분야 전문가다. 국내 컨설팅업체인 네모파트너스를 거쳐 외국계 컨설팅사인 퀀텀앤파트너스 대표를 지냈다. 그는 이후 효성(004800)·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재직하며 투자 실무를 주도해 업계에 상당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젠은 지난해에도 M&A 전문가를 스카웃한 바 있다. 박성우 씨젠 부사장은 M&A 총괄을 맡아 관련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하버드 MBA(경영대학원)를 졸업하고 JP모건 홍콩 및 뉴욕, 모건스탠리 한국지사 IB 대표,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IB업계 경력에 STX M&A 본부장과 대림그룹 M&A 총괄도 거쳐 기업 사정에도 정통하다는 평이다.
다만 박 부사장이 합류한 지 1년이 넘어가지만 씨젠은 별다른 투자 성과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진단키트 분야 경쟁사인 SD바이오센서가 광폭 행보에 나선 것과는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SD바이오센서는 이탈리아 리랩(619억 원), 브라질 에코 디아그노스티카(470억 원), 독일 베스트비온(161억 원)을 잇따라 인수해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국내에선 혈당측정기 개발사인 유엑스엔 지분 33.9%를 380억 원에 취득하며 최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M&A업계는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 출신으로 기술 눈높이가 높고 투자 경험이 적은 천종윤 씨젠 대표가 실기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천 대표가 노 전무를 영입한 것도 M&A 및 벤처 투자 등에서 SD바이오센서에 뒤쳐진 상황을 만회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씨젠은 지난 1분기 매출 4515억 원, 영업이익 1997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신사업 부재로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때 16만 원을 넘었던 주가는 지난 30일 종가 기준 4만 4100원까지 추락했다.
진단키트 판매로 상당한 현금을 확보해 둔 만큼 씨젠이 어떤 회사를 인수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지 바이오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씨젠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581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씨젠이 헬스케어 분야 기업과 바이오 벤처 등을 투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며 "엔데믹으로 더 이상 M&A를 미루기 어려워 연내에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