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회사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장 모(30)씨는 최근 빅데이터 관련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 인문학 전공으로 데이터나 정보기술(IT)쪽은 평생 공부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네이버 등에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뽑아내고 각종 지표들이 가득한 파일을 매일 보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장 씨는 “결국에는 나의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게 데이터였다”며 “빅데이터를 공부해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일반인들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1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데이터분석준전문가(ADsP)’의 지난해 응시 인원은 2만 3346명으로 전년 (1만 1396명) 보다 104% 증가했다. ADsP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빅데이터 자격증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시행 첫 해인 2014년에는 약 1000명 응시했었다"며 “요즘엔 대학생 응시자도 많아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사물인터넷(IoT)·SNS의 확산으로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의 패턴을 다룬 빅데이터들이 생산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윤석열 정부는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진 중이고 기업·공공기관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대표이사(CEO) 직속으로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하고 소비자 맞춤형 전략 수립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6월 빅데이터 기반의 농식품 데이터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조직으로 ‘빅데이터 전략 담당관’을 설치했다. 법무부 역시 벤처형 부서인 범죄예방데이터과와 외국인정보빅데이터과를 신설했다.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범죄자 재범방지 플랫폼을 구축하고 외국인 신원정보 표준화 등을 수행 중이다.
국내 한 보험회사를 다니는 김 모(41)씨는 “회사에서 인사평가 가산점을 준다고 해서 데이터분석준전문가 시험을 봤다”며 “필기 위주 시험이라 독학으로 3주를 공부하니 합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빅데이터 자격증 국비지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의 컴퓨터학원 관계자는 “이직을 하거나 연봉 협상을 할 때 좋은 평가 요소가 된다"며 “자기계발 목적으로 듣는 젊은 직장인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학생들이 ADsP 취득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인문분야에 데이터를 학습하면 큰 경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한국외대를 비롯해 12개 학교와 협약을 맺고 데이터 전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을 조사했더니 1년 2개월 내로 73% 학생이 취업에 성공했다”며 빅데이터 자격증이 학생들의 취업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빅데이터와 일반인 사이의 접점도 계속 허물어질 전망이다. 실제 법무부의 빅데이터 관련 벤처형 조직은 기술직이 아닌 대부분 행정직으로 구성됐다. 코딩 없이 또는 최소화해 간단한 앱·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No-code)와 '로코드'(Low-code) 플랫폼도 등장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가트너는 “2024년에 출시될 앱 10개 중 7개는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에서 나올 것”이라고 봤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지난해 169억 달러(약 21조 3869억원)이던 관련 시장 규모가 2025년 455억 달러(약 57조 502억)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빅데이터는 21세기 원유”라고 비유한 바 있다.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한국IDC의 지난 2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빅데이터 및 분석 시장은 2020년 1조 9171억원에서 연평균 6.9% 성장해 2025년 2조 835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IDC는 “회사에서 개발자 외에 일반 직군의 구성원들도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데이터 문화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