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사건 재판에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재개된 업무방해·사문서위조 등 혐의 공판에서 “관련 사건 확정에 따라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가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 1월 27일 딸 조민 씨 입시와 관련된 정 전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 등을 유죄로 확정했지만 조 전 장관 입장에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검찰은 전반적으로 정 전 교수와 가족이라는 이유로 조국과의 공모 관계를 공소사실로 규정한다”면서 “공모관계 전부에 대해 여전히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은 대법원이 정 전 교수 확정판결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 대해서도 여전히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동양대 PC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니 판단이 끝난 게 아니냐고 혹시 생각하실까 봐, 그런 건 결코 아니란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정 전 교수 재판에서는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재판에서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임의제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해석한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여전히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변호인은 “일련의 과정에서 전원합의체 판단 내용이 훨씬 구체화하고 명확해질 것”이라면서 “사법 발전에도 당연히 도움이 되고 피고인의 인권 보장에서도 필요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또 “모든 객관적 정황이 정 전 교수가 여전히 PC에 대한 소유·관리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가리킴에도 이를 포기한 것으로 전제한 법률 구성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1월 14일 이후 5개월 만에 재개됐다. 당시 검찰은 재판부가 ‘PC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편파 진행을 문제 삼으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결국 법원이 기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날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조 전 장관은 조민 씨와 아들 조원 씨의 인턴십 확인서와 실습수료증 등을 허위 발급받거나 직접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받은 장학금에는 뇌물수수와 부정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정 전 교수 역시 조원 씨의 생활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고,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은 혐의 등으로 계속 재판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원 청사에 들어서며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는 것 외에는 말을 아꼈다.
재판부 구성 변경에 따라 공판절차를 갱신 과정에서 판사가 직업을 묻자 “대학교수”라고 답했고, 검사가 공소 요지를 진술하는 동안에는 허공을 응시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재판부는 향후 재판을 3∼4주 연속으로 한 뒤 1주씩 쉬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이달 17일 열리며, 조 전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