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쓰레기는 없다…지갑으로 변신한 선인장[지구용 리포트]

■친환경 챙기는 패션

패션업계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10% 차지

파인애플·사과껍질 등 '비건 가죽' 활용 제품 늘어

앰퍼샌드의 선인장 가죽 카드 지갑. 사진 제공=앰퍼샌드앰퍼샌드의 선인장 가죽 카드 지갑. 사진 제공=앰퍼샌드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옷의 양은 20년 전보다 4배나 늘어난 1500억 벌에 달한다. 한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유행 탓이다. 하지만 이 중 73%는 팔리지 않아서, 또는 사 놓고 입지 않아서 버려진다. 패션 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10%에 달하며 의류 산업은 오염 물질 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 2위로 지목된다.



이 같은 비판이 높아지면서 패션 업계에서도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당장 모두가 옷이나 가방을 덜 사도록 강요할 수는 없으니 애초에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잇따라 실현되고 있다.

강원대 학생들로 구성된 ‘앰퍼샌드’는 선인장 가죽으로 카드 지갑을 만들어 최근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다. 멕시코의 친환경 가죽 기업 ‘데세르토’의 원단으로 만든 제품이다. 애초에 동물 가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동물 착취·학대 문제에서 자유롭고 사용 후 버리더라도 서서히 생분해된다는 장점이 있다. 흔히 ‘레자’라고 불리는 인조가죽(플라스틱 소재)이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조가죽은 소각하면 유독 물질이 방출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매립된다.



박은서 앰퍼샌드 팀장은 “파인애플 가죽을 이용한 제품도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파인애플 잎을 이용해 만든 가죽으로 선인장보다 단단해 가방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에르메스가 출시할 버섯 가죽 가방. 사진 제공=에르메스에르메스가 출시할 버섯 가죽 가방. 사진 제공=에르메스


패션 업계에서는 버려지는 사과 껍질과 버섯 뿌리에서 채취한 균사체, 오렌지 껍질 등 ‘비건 가죽’의 범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도 버섯 가죽 원단인 ‘실바니아’를 개발해 곧 가방을 출시할 예정이다. 쓸모 없다고 여겨진 물건이 심지어 명품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구찌는 목재 펄프 신소재로 만든 비건 가죽 운동화를 선보였고 아디다스와 나이키도 비건 운동화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다만 ‘비건 가죽’ ‘에코 가죽’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를 오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동물 가죽을 쓰지는 않았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인조가죽을 비건·에코 가죽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다. 무두질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쓰지 않았다는 의미인 ‘베지터블 가죽’이 ‘비건 가죽’ ‘식물성 가죽’처럼 받아들여지는 사례도 있다. 박 팀장은 “일일이 알기 어려운 용어들이지만 소비자들이 제대로 소비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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