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도둑 전기 문제로 입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입주민 여러분께서는 가급적 전기차 충전 구역을 피해 다른 자리에 주차해주시기 바랍니다.” (대구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최근 전기차 충전 문제를 둘러싸고 전기차 소유주들 간 분쟁이 늘고 있다.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충전소 관련 시설은 여전히 부족해서다.
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전기차 소유주들은 충전 자리를 찾아 헤매다 다른 차주들과 다툰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를 운전하는 택시 기사 A 씨는 “아파트 내 전기 충전 인프라가 있지만 동네 주민들과 자리 다툼을 하기 일쑤”라며 “다른 택시 운전기사가 충전 시간이 종료됐음에도 차를 빼지 않아 전화를 걸었더니, 미안하다고 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으로 말해 경찰에 신고한 적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기차 소유주 신 모(46) 씨 역시 “전기차를 충전하러 갈 때마다 다른 차들이 충전 구역에서 충전은 하지 않은 채 주차만 해놓은 걸 본다”며 “한 두 번은 참았지만 충전을 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니 괘씸한 마음이 들어 요즘은 국민신문고에 바로 신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휘발유와 경유 값이 급등하며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훌쩍 늘어난 반면, 충전 시설은 여전히 미비해 발생한 문제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오전 기준 경유 가격은 L당 2016.50원, 휘발유 가격은 L당 2024.10원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연료가 저렴한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누적 등록된 전기차는 모두 25만 8523대다. 반면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12만 4000대 뿐이다. 전기차 2대당 충전기는 1대 밖에 없는 셈이다.
적은 수의 충전기를 두고 경쟁이 심화하며 전기차 소유주들 사이 갈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 관련 민원은 최근 5년 간 총 3만 1102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충전방해 등 충전시설 관련 내용이 91.0% (2만 801건)로 가장 많았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라 법적으로 전기차는 충전(급속 1시간, 완속 14시간)을 마친 후 충전 구역에서 차를 이동해야 하고, 일반 자동차는 전기차 충전시설 구역에 주차할 수 없게 되어있지만 이런 내용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민 간 갈등이 커지면서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로 들인 아파트도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 모(51) 씨는 “최근 아파트가 도둑 전기나 충전 구역 앞 주차 문제로 시끄럽더니, 최근 지하 2층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6대나 새로 들였다”며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일반 자동차들은 새로 들어온 전기차 충전 구역 근처에 되도록 주차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여러 번 올라왔다”고 했다.
서울시도 시민들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요구가 집중된 지역들에 충전기 1만 2000기를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말까지 충전 사업자들이 기피하는 ‘충전 사각지대’ 중심으로 기기가 설치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