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증시 부진에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KB증권이 기업금융(IB)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선방하고 있다. 굵직한 기업공개(IPO) 업무를 잇따라 따낸 것은 물론 채권자본시장(DCM), 인수·합병(M&A) 부문에서도 약진하며 ‘IB 쿼드러플 크라운(4관왕)’을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KB증권은 올해는 자산관리(WM) 부문에 힘을 실으며 수익다각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1분기 IB 부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IB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1% 증가한 1428억원이었다. IB 관련 부문에서 고르게 성과를 낸 덕분이다. 올해 1분기까지 KB증권은 DCM, ECM, M&A, 인수금융 등 모든 IB부문에서 국내 증권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B증권은 특히 1분기 공모규모만 12조원이 넘는 ‘초대어’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수수료 수익만 196억원에 달했다.
KB증권은 지난해 카카오뱅크 IPO 주관을 맡을 때만해도 실무능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에는 시장의 인식이 180도 달라졌다. 섹터 별 전문 조직을 구성해 기업 특성에 맞는 가치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기업금융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롯데렌탈,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ADT캡스, 카카오엔터 등의 굵직한 IPO와 유상증자 주관 업무도 잇따라 따냈다. 차기 대어로 꼽히는 LG CNS 대표 주관도 KB증권의 몫이 됐다.
대형 IPO상장의 연이은 성공 이면에는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의 선제적인 IT 시스템 투자와 고객을 우선으로 한 프로세스 개선 노력이 있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KB증권은 초대형 IPO 종목들의 원활한 청약 및 상장을 위해 약 240억 원의 전산 증설 비용을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최대 180만명이 동시접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IT시스템·업무 프로세스의 전수 검토 및 개선, 실시간 트래픽 모니터링, 핫라인 비상대응 환경 구축 등 전사의 물적, 인적 자원 활용을 총동원하여 대형딜 상장에 대한 준비를 진행했다.
올해 증시 부진 속에서 수익 다각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액자산가 자산관리(WM) 시장에 더 힘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KB증권은 최근 WM부문 내 초부유층 전담관리 조직인 GWS(gold&wise summit) 본부를 신설했다. 초부유층 고객에게 특화된 압구정플래그십PB센터 개점도 준비하고 있다. 맞춤형 사모펀드 및 글로벌 헤지펀드 등 차별화된 상품을 제시하고,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GWS본부를 이끌 사령관으로 업계 전문가 이재옥 전무를 영입했다. 이 전무는 한국 씨티은행 등에서 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PB와 지점장으로 활동했다. 외국 투자은행 UBS와 CS 홍콩에서 초부유층 고객의 자산관리, 재무설계, 패밀리오피스, 비즈니스 전략 수립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KB증권은 ‘손 안의 투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고도화에도 힘을 쓰고 있다. KB증권은 종합적인 모바일 금융투자 플랫폼 ‘M-able(마블)’과 간편 투자플랫폼 ‘M-able mini(마블 미니)’를 제공하고 있다. 마블 미니의 경우 해외주식 온주 매매와 소수점 매매를 병행해서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업계 최초로 출시한 해외주식 매매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미리 달러로 환전하지 않아도 원화로 해외주식을 살 수 있고 매매 시 환전 수수료도 없는 ‘글로벌 원마켓’도 이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KB증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DCM시장의 마켓리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대형 IPO, 증자 등 주식 시장 역량을 집중해 ECM시장의 명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