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의 재도전, 우주 강국의 꿈은 펼쳐질까.’
우리나라가 15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할 경우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톤 이상 실용위성을 700㎞ 상공 저궤도에 쏘아 올리게 된다. 비록 초소형이기는 하지만 독자 발사체를 통해 위성을 최초로 탑재하는 점도 특징이다. 우주는 산업 경쟁력 향상과 미래 성장 동력 확충, 튼튼한 안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국가전략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누리호의 성공이 곧 저궤도와 정지궤도(3만 6000㎞ 고도)에 우리가 원하는 위성을 맘껏 쏘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당장 8월 4일 우리가 처음 발사하는 달 궤도 탐사선도 미국 플로리다로 보내 스페이스X 발사체를 이용하게 된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누리호는 앞으로 5년간 3~6차 추가 발사를 통해 신뢰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누리호 후속 모델도 개발해야 비로소 2030년 달 착륙선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 기준은=누리호의 성공 여부는 3단 로켓이 사출하는 위성이 목표한 지상 700㎞의 저궤도에 제대로 들어왔는지에 달려 있다.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책임개발부장은 “궤도 오차는 5%로 잡고 3단이 35㎞ 오차(지상 665∼735㎞)에 들어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특히 누리호는 발사대 건설부터 시스템 설계, 엔진 생산·조립이 모두 국산 기술이다. 우리도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저궤도에 180㎏ 위성을 발사할 때 추진 시스템 문제 등으로 인해 세 차례 실패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 1월 나로호(총 2단) 발사에 성공하기 전 핵심인 1단 로켓을 러시아제로 썼지만 페어링 미분리, 폭발 등으로 인해 두 번 실패했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어 각국의 기술 규제가 심하다”며 “지난 12년간 약 2조 원을 투입한 누리호 개발에 여러 우여곡절이 따른 게 이 때문”이라고 했다.
◇1차 발사 때와 달라진 점은=누리호의 무게는 연료와 산화제를 포함해 총 200톤이다. 3단 로켓으로 아파트 15층 높이(47.2m), 최대 직경은 3.5m이다. 부품은 37만여 개다. 핵심인 1단은 75톤급 엔진 4기를 묶고 2단은 75톤급 엔진 1기, 3단은 7톤급 엔진 1기로 구성돼 있다. 항우연은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 때 문제가 됐던 3단의 헬륨탱크가 이탈하지 않도록 헬륨탱크 하부 고정 장치를 보강하고 산화제탱크 맨홀 덮개의 두께를 더 두껍게 했다. 누리호는 1차 발사 때 이륙 뒤 1단→페어링→2단은 잘 분리됐으나 3단 엔진이 목표 시간(521초)보다 46초 일찍 연소했다. 김종암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1.5톤 위성 모사체가 700㎞ 고도에 도달했지만 초속 7.5㎞의 속도에 미달해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처음으로 실린 ‘큐브 위성’은 무엇=누리호는 이번에 약 1.5톤의 알루미늄 덩어리인 위성 모사체 안에 큐브 위성 4개가 포함된 총 162.5㎏의 성능 검증 위성을 싣는다. 국내 위성통신 단말기 회사인 AP위성이 담당한 성능 검증 위성은 2년간 활동하며 누리호의 수송 능력을 확인한다. 류장수 AP위성 회장은 “우리 발사체로 처음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탑재되는 큐브 위성은 3.2~9.6㎏의 무게로 고도 700㎞ 궤도에서 6개월~1년간 지구 대기 관측 데이터 수집, 미세먼지 모니터링 등을 한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 조선대가 하나씩 만들었다.
◇누리호 추가 발사와 차세대 로켓 개발 계획은=누리호는 이번 발사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2027년까지 총 6873억 원을 들여 네 차례 더 발사된다. 내년 상반기 차세대 소형 위성 2호, 2024년 초소형 위성 1호, 2026년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 위성 7∼11호 등이 우주로 날아간다. 정부는 누리호 고도화를 통해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할 방침이다. 누리호 6차 발사부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기업이 발사체 총조립·시험·발사운영을 주도하게 된다. 정부는 2023년부터 2031년까지 1조 933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누리호로는 3톤급 대형 위성의 저궤도·정지궤도 안착, 달 착륙선 발사, 화성·소행성 등 심우주 탐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리호의 추진력과 운송 무게를 늘리고 재사용 기술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로켓 재활용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스페이스X가 발사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초소형 위성 등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항공우주청 신설은 어떻게 되나=이태식 차기 과총 회장은 “경남 사천에 만든다고만 얘기하고 그 위상과 권한·소속을 어디로 둘 것인지에 대해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주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 뉴스페이스, 국제 협력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우주청의 소속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두거나 아니면 범부처를 조정하기 위해 총리실에서 관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항우연과 국방과학연구소(ADD), KAIST 등 우주 R&D 기관 간 협력과 역할 분담, 더디기만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이전 본격화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