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로터리] 야구와 퀀트 투자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투자 리서치 전문기관인 프레킨에 따르면 전 세계 퀀트 투자 규모는 2017년 1조 9000억 달러에서 2022년 3조 4000억 달러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에게는 ‘퀀트’라는 용어가 생소할 수 있겠으나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퀀트 투자는 자본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성장·금리·인플레이션·가치·모멘텀, 시가총액 규모 등 다양한 요인들의 데이터를 사용해 투자 모델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퀀트 투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자본시장 가격이 내부자 정보를 포함한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 어떤 투자자라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논쟁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기각하는 여러 종류의 ‘시장이례(market anomalies)’ 현상들이 존재함을 확인했고 시장 심리 행동이론과 더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퀀트 기반 투자가 각광을 받게 됐다.



최근에는 거시경제 요인과 자산군 내 수익과 위험을 설명하는 스타일 요인 등으로 다양한 퀀트 투자 방법론이 개발됐다. 투자자의 심리적 오류를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현재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필자는 퀀트 투자를 데이터 야구에 자주 비유하는데 타자의 타율, 투수의 방어율과 같은 지표를 활용해 이기기 위한 최선의 타선을 구축하는 것이 퀀트 투자의 프로세스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퀀트 투자가 부진한 성과를 나타내면서 퀀트 투자 유용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퀀트 투자는 과거 금융시장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근간으로 실행하는 투자인데 ‘과연 금융시장이 반복되겠는가’하는 문제의식과 분석 대상인 금융시장 데이터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만큼 풍부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논쟁의 중요한 주제다.

다만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자본시장 투자에 있어 퀀트 투자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타율과 방어율의 계산 및 분석 없이 야구 타선을 구성할 수 없는 것처럼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에 대한 데이터 분석 없이는 투자를 실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업 역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퀀트 투자에 대한 유효성 논란 이전에 현재 진행 중인 AI 활용 사례들을 보다 고도화해 데이터에 기반한 투자 역량을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퀀트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 바란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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