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서방국가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전 세계를 스태그플레이션과 에그플레이션의 공포로 몰아 넣은 것은 서방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 체제를 종식하겠다고 선언했다.
타스통신, CNN,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미국을 향해 거친 비난을 퍼부으며, 세계 경제 위기는 서방 때문이고 우크라이나 침공도 돈바스 지역 주민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1년 반 전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할 때 단극 세계질서 시대는 끝났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며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해서든 (이 시대를) 되살리고 유지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끝났다"며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냉전에서 승리했을 때, 미국은 지구상에서 자신을 신의 대리인으로 선언했다. (이들은) 책임은 없고 이익만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런 이익을 신성시했고, 이제 일방통행으로 세상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량 가격 상승의 책임은 미 행정부와 유럽 관료주의 탓으로 돌렸고, 자국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해서는 '미친 짓'이자 '무모한 짓'이라고 불렀다.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이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러시아 기업인들의 노력으로 경제는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을 향해서는 주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엘리트들이 남의 의견에 놀아나며 유럽과 유럽 기업의 진정한 이익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개전 4개월을 향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가 분쟁에 어쩔 수 없이 개입한 것이라며 이를 "무조건적인 권리를 가진 주권국가의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우크라이나 EU 가입을 두고서는 반대할 뜻이 없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달리 EU는 군사기구나 정치 블록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이해할 수 있으며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며 "경제협력체 가입 여부는 특정 국가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