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칸이 먼저 알아본 '비상선언', 초호화 캐스팅으로 천만 관객 겨냥(종합)

칸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은 영화 '비상선언'이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두 번 개봉일을 미룬 끝에 확정한 결과라 더욱 뜻깊다고. 초호화 캐스팅에 칸 영화제까지 업은 '비상선언'은 천만 관객을 목표로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 호텔에서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한재림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이 참석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공식 초청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송강호와 전도연이 각각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관심을 받고 있다.

한 감독은 10년 전 '비상선언' 연출의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의 설정과 기획은 좋았으나 10년 전에는 어떻게 풀어야 될지 감이 오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대인공포증이 심하다. 비행기 안에 갇혀 있는 인간들이 재난을 겪는다는 게 계속 머리에 남더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동안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재난이 있었는데, 그걸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야 할 말이 생긴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재난 장르가 피할 수 없는 클리셰에 대해서는 "클리셰는 장르라는 말과 비슷하다. 어떤 감독이든 장르성을 갖고 싸우는 것"이라며 "클리셰를 너무 피하면 관객들과 거리가 생기기 때문에, 클리셰를 어느 정도 이용하면서 새로운 지점에 재미를 주고자 했다. 예상을 비트는 전개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비행기 세트는 할리우드에서 직접 공수했다고. 그는 "비행기는 웬만한 분들이 한 번쯤 타본 경험이 있지 않냐. 영화를 찍기 위해 비행기를 조금 넓히거나 변형하면 사실감이 떨어질까 봐 우려했다"며 "그래서 할리우드에서 비행기 세트를 직접 공수했고, 그들과 협력을 해서 우리나라 미술팀이 우리 영화 감정에 맞는 것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만 흔들면 인물의 미세한 움직임과 비행기 내부 물건들의 움직임이 못 살기 때문에 특수효과를 이용했다"며 "승무원이 와서 타본 후 실제 비행기 움직임과 똑같다고 얘기하더라"고 뿌듯함을 표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촬영하면서, 안전 수칙 준수는 필수였다. 이병헌은 "누구 하나 벨트를 못 매면 큰 사고가 나서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데 힘썼다. 카메라 감독님은 서서 찍어야 되는데, 어떤 기둥에 몸을 칭칭 감고 찍었다"고 회상했다. 한 감독은 "수 십 명이 도는 장면을 찍을 때는 부상 걱정하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비상선언'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은 세계적으로 상징성 있는 분들이다. 여기에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까지 큰 작품들에서 주연을 하는 분"이라고 소개하며 "감독이라면 전부 다 캐스팅을 하고 싶어 할 거다. 이런 분들을 모을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찍으면서도 여러 개의 작품을 찍고 있는 것 같은 혼란이 왔다. 막상 찍은 걸 보니 장면이 잘 어우러지고 배우들이 잘 살아 있더라"며 "배우들의 관록과 뛰어난 연기에 감탄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배우들은 재난 영화라는 장르에 있지만, 인간애를 담고 있는 작품의 매력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와 '관상'에 이어 한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감독에 대한 신뢰와 그가 새로운 영화를 탐구하는 것에 대한 존경이 있었다"며 "재난 영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편적은 장르다. 우리 영화는 재난을 겪는 승객뿐 아니라 지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느낌이 현실적으로 그려지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장르를 떠나 우리가 알고 있지만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는 가족, 이웃, 사회 공동체에 대해 세련된 표현이 좋았다. 이런 작품이 참 반가운 마음"이라고 뿌듯함을 표했다.

이병헌은 "한 감독의 전작을 보면서 꼭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는 단숨에 읽힐 정도로 굉장히 긴장감 있었다"며 "그러나 이 영화는 재난 영화라고 해서 단순히 비주얼과 스펙터클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인간이 보이는 스토리가 있다"고 자랑했다. 전도연은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감독님이 '비상선언'을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좋았다. 크고 작은 재난을 겪으면서 상처받은 사람들 위로하고 싶다는 데 동의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우연하게 한 감독을 만나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어떻게 그릴지 궁금했다"고 했다. 김소진은 "'더 킹' 이후 한 감독님과 두 번째 만남이다. 이 자체로 선택할 이유가 충분히 됐다"며 "어떤 이야기를 하든 감독님이 풀어낼 연출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기뻐했다. 박해준은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었고, 이 배우들이 한다고 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을 맡아 지상에서 항공 재난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는 "직업적 윤리의식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비행기에 타고 있어서 절실한 인물이다. 그런 긴박함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병헌은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재혁을 연기한다. 이병헌은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재혁을 연기한다. 그는 "재혁은 비행공포증이 심해 약을 수시로 먹는 인물이다. 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탔는데, 재난이 시작된 것"이라며 "있는 힘을 다해 이겨내 보려는 마음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전도연은 국토부 장관 숙희로 분한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대처 방식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사람들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부기장 현수로 분한 김남길은 "이병헌을 주시하는 역할이다. 이병헌과 브로맨스를 봐주길 바란다"고 예고했다.

임시완은 혼란한 상황을 주시하는 탑승객 진석으로 분한다. 그는 "내 캐릭터는 비밀스럽다"며 "영어로 연기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발음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소진은 비행기 사무장 희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그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으로 많은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끼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본분을 지키기 위해 용기 낸다"고 말했다. 청와대 위기관리 센터 실장 태수 역을 맡은 박해준은 "다소 사무적일 수 있는 캐릭터에 인간적인 모습을 넣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흥행에 대해서 전도연은 "당연히 1,000만이 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흥행적으로 내가 제일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수치는 자세히 말할 수 없도"고 했다. 그러나 이병헌이 "송강호가 무대 뒤 편에서 2,000만 관객을 예상한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비상선언'은 오는 8월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