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수술과 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노동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개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현재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총량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경직되게 시행된 주 52시간제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대다수 주요국들은 주 단위가 아니라 월(月)·연(年) 단위로 근로시간을 탄력 운용한다. 정부는 또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도 직무 성과 중심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개편 방안에는 노동 개혁의 핵심 과제인 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계 견제 방안이 없다. 이 장관은 고용 유연성에 대해 “해고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현재 추진 과제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피해갔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5위로 바닥권이다. 최근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에서 국내 경제학자 31명 중 80%(25명)가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비정규직이 800만 명을 넘고 청년층 일자리 창출이 부족한 것은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경직된 노동시장 탓이 크다.
최근에도 산업 현장 곳곳에서 노조의 폭력 행위가 난무하고 있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은 아직도 소극적이다. 19일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는 노조가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폭력을 행사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특별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50여 일째 불법 점거하고 있다. 법을 무시하는 강성 노조의 행태를 방치한다면 노동 개혁은 요원하다. 정부는 ‘난제’라고 뒤로 미루지 말고 집권 초반에 고용 유연성 확대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행을 서둘러야 한다. 또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사법 처리로 법치도 바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