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룡 경찰’ 국기 문란 문책하되 수사 개입 우려 없애야


경찰이 치안감 인사 초안을 대통령 결재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혼선을 빚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이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 문란 행위”라며 엄중 경고했다.



경찰이 인사 발표를 ‘번복’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상적인 국가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경찰은 21일 오후 7시 12분쯤 치안감 28명의 승진·전보 명단을 발표한 뒤 오후 9시 34분쯤 대상자 7명의 보직을 변경해 다시 발표했다. 경찰은 대통령실과의 협의 없이 인사 초안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잘못된 내용을 알고도 두 시간 넘게 뭉개버렸다. 새 정부의 경찰 통제안에 대한 의도적 반발 차원에서 이뤄진 ‘항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청을 관리하는 내용의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에 ‘검찰국’을 둔 것처럼 행안부에도 경찰 담당 조직을 만들고 행안부 장관에게 고위직 경찰공무원 징계요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자문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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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막강한 사정 기관으로 떠오른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9월부터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게 된다.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 장치를 확보해 부실 수사, 인권 침해 등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경찰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재가 없는 인사 초안이 공개된 경위를 조사하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 다만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존중해 권력의 수사 개입 우려도 없애야 한다. 정권이 경찰을 손아귀에 넣고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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