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금리정책, 美금리 추종 보다 인플레이션 안정을 목표로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상해 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까지 금리의 마지노선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았다. 가계부채가 막대한데,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해 1.75%인 우리 기준금리와 비슷해지자 질문의 방향이 사뭇 달라졌다. 이렇게 가면 조만간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질 것 같은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빨리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유출이 심화되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변동환율제는 통화정책 독립의 전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는 것이 자본의 생리라는 점에서, 금리변동이 국제자본 이동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 임은 틀림없다. 미국의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당연히 자본은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자 할 유인이 생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중요한, 어쩌면 금리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존재한다. 환율이다.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환율변동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필수다. 미국금리가 높아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해 보이는 경우에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에 달러 값이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루에도 환율이 1% 오르내리는 게 다반사인 요즘, 연간 수익률 1%p 차이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도 있다. 만일 환율이 고정되어 있다면 환차익이나 환차손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 금리의 작은 변동에도 대규모 자본이동이 발생한다. 그래서 특정 통화에 환율을 고정시킨 국가에서는 해당국의 금리에 국내 금리를 연동시킨다. 그러지 않고서는 경제안정을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에 환율을 고정시킨 홍콩이나 유로화에 환율을 고정시킨 덴마크가 그런 경우다. 환율안정을 위해 국내의 독립적 금리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다. 반면 환율 결정을 시장에 맡기면, 금리변동에 환율이 반응하면서 국내투자와 해외투자의 기대수익률이 엇비슷하게 조정된다. 이론적으로는 환율이 금리변동에 즉각적으로 충분히 반응할 경우 자본 이동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금리변동이 환율에 반영되어 급격한 자본이동이 제어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선진국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금리정책을 국내 경제안정을 위해 독립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제도의 근간이었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1970년대 초에 붕괴된 이유도 미 달러화 중심의 고정환율제가 각국의 통화(금리)정책과 상충됐기 때문이다. 자본유출입이 자유화된 경제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환율안정을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는 트라일레마(Trilemma)가 국제금융이론의 핵심이 된 것이다.

우리도 1990년대에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환율안정을 추구했던 것이 오히려 외환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반성에서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이후 25년간 이 제도를 정착시켜 오는 과정에서 3번의 한미 기준금리 역전 시기(그림 1 참조)가 있었으나, 급작스런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했던 적은 없다.


‘자본유출’ 용어에 과민할 필요 없어


우리가 자본 유출이라는 말에 지극히 민감한 배경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외환위기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의 ‘자본유출’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 최근 급증한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투자 등은 모두 국내자본의 ‘유출’이다. 자본의 국적을 가리지 않는 외환시장에서, 이들이 외화 수급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에 투자되었던 외국자본이 회수될 때의 영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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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 20여 년간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왔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국내자본의 해외투자가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보다 많았음(자본의 ‘순유출’)을 의미한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 중 수입액을 결제하고 남은 여분(경상수지 흑자)을 해외에 ‘순투자’해 온 것이다. 즉, 자본의 순유출과 경상수지 흑자는 동일한 동전의 앞 뒷면에 해당하며, 그와 같은 ‘자본 순유출’이 지속된 결과 우리는 마침내 2014년 이후 순채권국이 된 것이다. 자본의 순유입(경상수지 적자)이 지속되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은 ‘급격한 대규모 자본유출’이다. 그러나 다수 국가들의 외환위기 경험에 대한 수많은 분석에서 국내외 금리의 역전이 원인이었다고 지적된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실제 1997년에 우리 금리는 미국 금리의 두 배가 넘는 두 자리 수였으나, 대기업들의 연쇄부도로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면서 외환위기로 내몰린 바 있다. 많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에는 과다한 정부부채와 대외부채가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다. 즉, 외환위기와 같은 비극적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과 재정, 그리고 대외부채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치명적인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통화당국의 통상적 기준금리 조절이 관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달러당 1,300원 부근까지 상승하는 환율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다.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무려 14%나 하락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원화가치의 급락이라기보다 달러가치의 급등이라고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 주요 6개 통화와의 가중환율로 계산되는 달러 인덱스(DXY, 그림 2 참조)가 같은 기간 중 거의 비슷한 14% 정도 상승해 왔다는 사실은, 여타 주요 통화들도 원화와 비슷한 상황이었음을 나타낸다. 즉, 원화가치가 미 달러화 대비로는 크게 하락했으나, 유로화 대비로는 별 변동이 없었으며, 엔화 대비로는 오히려 조금 상승했다. 이러한 환율변동은, 여타 선진국보다 경기과열 및 인플레이션 문제가 더 심각한 미국의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훨씬 빠른 속도로 인상될 것이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적은 물가안정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금리인상은 채무자의 부담 증가를 의미하지만 채권자에게는 수익증대를 의미한다. 자산가격에 부정적이지만 환율안정에는 긍정적이다. 경기에는 부담이지만 인플레이션 안정에는 필수적이다. 기준금리라는 하나의 정책수단을 조절해 이 모든 문제들을 보듬으라는 것은 전혀 실현가능하지 않은 요구다. 따라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법 제1조는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적으로 명확히 적시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 실천방안으로는 학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인플레이션 목표제가 채택·운용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5%를 넘나드는 최근 인플레이션은 2%를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며, 한국은행도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금리인상의 목적이 인플레이션 안정을 통한 국내 거시경제의 안정이지 환율안정 혹은 자본유출 방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환율상승이 물가를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변동의 거시경제에 대한 함의를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환율안정 자체가 통화정책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해 가는 과정에서, 이에 대응한 부채관리와 환위험관리는 어렵더라도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조동철 교수는…국내의 대표적 거시경제학자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했다. 미국 위스컨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후 Texas A&M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으며,귀국 후에는 KDI에서 근무하면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현재는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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