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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큐레이션 : 비 대신 감성에 젖어보자, 빗소리 가득한 장마철 추천영화 모음

장마철, 우울하고 찝찝할 땐…

빗소리 가득한 영화+애니메이션 9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도 장마철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흐린 하늘과 우중충한 날씨 그리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까지, 장마철 내내 우울하고 찝찝한 기분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터. '이제 비가 안 올 때도 됐는데'라며 짜증부터 나기 시작한다면? 빗소리 가득한 영화와 함께 감성에 젖는 장마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때로는 애틋하게, 때로는 심오하게, 때로는 처절하게. 영화 속 우천 장면들은 작품의 감성을 극으로 끌어올려 영화의 분위기를 더한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OTT 플랫폼에서 지금 바로 볼 수 있는 영화 속 다채로운 빗소리들을 서울경제스타가 정리해 봤다.

① 1990년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 / 사진=싸이더스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 / 사진=싸이더스


한국 멜로 영화의 교과서라 불리는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는 '초원 사진관'을 운영하는 유정원(한석규)과 김다림(심은하)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사진관을 운영하며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노총각 정원. 그의 앞에 밝고 씩씩한 주차단속요원 다림이 찾아오고, 잔잔했던 그의 마음에도 사랑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죽음을 기다리던 그의 일상에 서서히 다림이 스며든다. 영화는 다림이 정원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의 태도처럼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린다. 특히 두 사람은 비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며 호감을 키워가고, 정원에게 다림은 점점 더 커다란 존재가 되어간다. 뿐만 아니라 정원이 아버지의 옆에 누워 잠을 청할 때 역시 비가 내리는데, 이는 그에게 닥친 현실을 더 가슴 아프게 만든다. 비는 야속한 현실과 깊어지는 마음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하염없이 쏟아진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 티빙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스틸 / 사진=시네마서비스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스틸 / 사진=시네마서비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는 강력반 형사의 범인을 잡기 위한 사투를 그린다. 소나기가 무섭게 몰아치는 도심 한복판, '40계단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잔인한 사건이 발생한다. 베테랑 형사 우형사(박중훈)과 파트너 김형사(장동건)는 이 사건의 범인 장성민(안성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하고, 용서는 목사가 하고, 형사는 무조건 잡는 거야."

해당 영화는 도망자와 추격자 간 긴장감 넘치는 추격과 그 시절 형사들의 삶을 녹여낸 리얼리즘이 인상적이다. 특히 비 오는 폐광을 배경으로 한 우형사와 장성민의 결투 장면은 일명 '빗속의 주먹신'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명장면으로 남았다. 두 사람의 크로스카운터 장면 뿐 아니라 영화 초반 살인 사건이 벌어질 때 역시 비가 쏟아진다. 장댓비와 함께 흘러나오는 OST '홀리데이(Holiday)'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마저도 애잔한 기분이 느껴지도록 만든다.

② 2000년대


■매트릭스3 - 레볼루션(2003)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영화 ‘매트릭스3 - 레볼루션’ 스틸 /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영화 ‘매트릭스3 - 레볼루션’ 스틸 /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인상 깊게 봤다면 영화 '매트릭스3 - 레볼루션'(감독 릴리 위쇼스키, 라나 위쇼스키)을 안 볼 수 없다. 매트릭스 시리즈 3편에 해당하는 '매트릭스3 - 레볼루션'은 현실 세계와 매트릭스, 기계도시까지 말살할 야욕에 사로잡힌 스미스와 이를 막으려는 네오의 이야기를 그린다.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스미스(휴고 위빙)의 최후 결투 장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빗속의 주먹신'이 등장한다. 워쇼스키 자매가 해당 장면을 오마주 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이 영화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마찬가지로 가장 절정에 달하는 전투 장면에서 천둥 번개, 그리고 비를 활용해 극의 분위기를 더한다. 쏟아지는 폭우와 함께 펼쳐지는 강렬한 액션 장면은 마초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클래식(2003) | 티빙, 왓챠

영화 ‘클래식’ 스틸 / 사진=시네마서비스영화 ‘클래식’ 스틸 / 사진=시네마서비스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가사만 들어도 눈앞에 그림처럼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바로 배우 손예진, 조인성 주연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의 우천 장면. 내리는 소나기를 뚫고 옷 하나에 의지한 채 해맑게 달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싱그럽고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럼 내가 모셔다드려야지, 내 우산으로."

사실 이는 '청춘 영화'의 고전이라 불릴 만큼 저명한 장면이지만 '클래식' 속 우천 장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화 속 '비'는 액자식 구성을 잇는 중요한 요소로 과거 그리고 현재 인물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상민(조인성)과 지혜(손예진)가 소나기를 맞으며 캠퍼스를 거닐었던 것처럼 준하(조승우)와 주희(손예진) 역시 함께 비를 피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것. '클래식' 속 '비'는 단순히 명장면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영화를 관통하는 키포인트다.

■노트북(2004) | 넷플릭스, 웨이브

영화 ‘노트북’ 스틸 / 사진=(주)퍼스트런영화 ‘노트북’ 스틸 / 사진=(주)퍼스트런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17살 목수 노아(라이언 고슬링), 부유하지만 가족이란 울타리에 갇힌 앨리(레이첼 맥아담스). 놀이공원에서 앨리를 본 노아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끌려 열렬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앨리 부모님의 반대로 둘은 이별을 맞고. 서로를 잊지 못했으나 가로막힌 현실에 사랑은 계속해서 좌절된다. 영화는 사랑이란 기적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다루고 있다.

"난 비록 죽으면 쉽게 잊혀질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영혼을 바쳐 평생 한 여자를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입니다."

노아의 애절한 사랑과 감동적인 서사가 인상적인 영화 '노트북'(감독 닉 카사베츠) 속 비 내리는 장면은 극의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아와 앨리가 서로 가지고 있던 오해를 풀고 다시 한번 사랑하게 되는 순간, 두 사람은 맹렬히 내리는 비를 맞는다. '노트북' 속 폭우는 두 사람의 화해와 사랑을 더욱 극적이면서 애틋하게 만들어 준다.

③ 2010년대


■연애의 온도(2012) | 티빙, 왓챠

영화 ‘연애의 온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연애의 온도’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 속 사내 커플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은 3년 차 연애 중이다. 열렬히 사랑했지만 잦은 다툼으로 결국 이별을 맞은 두 사람. 뜨겁게 사랑했음에도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인터넷 요금 폭탄을 던질 만큼 지저분하게 이별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랑을 시작한 동희와 영, 재회는 첫 시작보다 어렵기만 하다.

"너 나 사랑하기는 해? 지금 이거 우리 사귀기는 하는 거니?"

동희와 영은 재회 후 삐걱거리는 관계를 애써 붙잡으려는 듯 회사에 월차를 내고 놀이공원으로 데이트를 간다. 비 오는 놀이공원, 두 사람은 지쳐버린 연애에 속상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다투기 시작한다. 우산을 내팽개치고, 거세게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치열한 다툼을 이어가는 둘. '연애의 온도' 속 비 내리는 배경은 동희와 영의 싸움을 더 처절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7)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일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는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비가 오는 날 구름 나라에 갔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장마철이 되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남편 우진(소지섭)과 아들 지호(김지환)의 눈앞에 수아가 다시 나타난 것. 어쩐 일인지 사랑했던 기억도, 자신이 누군지조차 기억하지 못 하는 수아, 그럼에도 우진은 이 기적 같은 상황을 어떻게든 지켜내려 노력한다.

"마지막 빗방울 열차를 타지 못하면 하늘나라로 가게 돼. 그럼 이제 아기 펭귄 얼굴도 다시는 내려다볼 수 없을 거야."

해당 영화는 '비' 그리고 '장마철'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동화 같은 약속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수아가 장마철이 시작되자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부터 비 내리는 날 사고를 당하게 되는 비극까지 영화에서 비 내리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작품 속 은은하게 들리는 빗소리는 인물들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고 아련하게 만들어 준다. 낭만적인 장면은 더 낭만적이게, 비극적인 장면은 더 비극적으로 그려질 수 있도록 돕는다.

■미래의 미라이(2018) | 웨이브, 왓챠

영화 ‘미래의 미라이' 스틸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영화 ‘미래의 미라이' 스틸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미래의 미라이'(감독 호소다 마모루)는 엄마, 아빠, 강아지 윳코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네 살 쿤에게 동생이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랑을 독차지했던 지난날과 달리 여동생 미라이의 등장에 찬 밥 신세가 됐다고 느끼는 쿤. 여동생 미라이를 미워하는 마음이 커지려는 그때, 집 앞 정원에서 아주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작은 사건들이 지금을 만드는 법."

어느 날 정원에서 마주한 미래에서 온 미라이, 그는 어엿한 소녀의 모습으로 쿤을 찾아왔다. 쿤은 미라이를 따라 과거와 미래 이곳저곳을 오가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특히 쿤은 큰 물줄기 속에 섞여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비가 온 어느 날 어린 시절의 엄마와 마주하게 된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흐린 날씨는 엄마의 어린 시절과 쿤의 만남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날씨의 아이(2019)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 사진=미디어캐슬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 사진=미디어캐슬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날씨 그리고 폭우와 맑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시사철 비가 내리던 어느 여름 날, 가출 소년 호다카는 '맑음의 아이' 히나를 마주하고, 세계를 둘러싼 비밀에 직면하게 된다.

"호다카, 너는 이 비가 멎기를 바라?"





세상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히나. 그는 비를 멈추는 능력으로 세상을 기쁘게 만들었고, 곧 끝없이 내리는 비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떠올랐다. 히나는 날씨를 맑게 할수록 자신의 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맑은 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선택에 기로에 놓인다. '날씨의 아이'는 그야말로 장마철 맞춤 영화. 러닝타임 내내 들려오는 빗소리와 날씨로 가득한 이야기 주제는 비가 내리는 날 보기 딱 좋을 작품이다.


전세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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