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21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및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 결과에 따라 원 구성 협상의 쟁점 중 하나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이 정당성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탓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헌재에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의 요지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여부다.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을 통해 무소속이 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목소리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를 깼다고 항변하고 있다. 민주당은 권한쟁의 심판 청구 취소를 사개특위 구성,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과 함께 후반기 법사위원장 양보 조건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사개특위 사수와 함께 검수완박 표결 절차에서의 논란도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권한쟁의 심판 취하 요구는 이번 원 구성 협상과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급할 이유도 없다. 헌재에서 국민의힘의 권한쟁의 심판을 받아들일 경우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무리였음을 인정받게 되는 만큼 지금의 정국 경색에 대한 책임도 민주당에 떠넘길 수 있다.
국민의힘과 별도로 법무부도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신청했다. 청구인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5인이다. 법무부는 “해당 법안은 중대하고 명백한 위헌적 절차와 내용으로 국가의 국민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는 권한쟁의 심판은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두 번의 국회의원 심의·표결권 침해 권한쟁의 심판이 받아들여진 적은 있지만 법률안 가결 무효 판단이 내려진 적은 없다. 법무부와 국민의힘 청구 모두 같은 법률과 입법 과정을 문제 삼고 있어 헌재가 두 청구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