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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반도체·배터리' 3400억 쏟아내…美 6월 CPI가 증시반등 분수령

[바닥 안보이는 증시]

■ 코스피 장중 2300 붕괴

상반기 21% ↓ 1990년 이후 최악

마이크론發 반도체 수요둔화 우려

삼전·하이닉스 나란히 52주 신저가

LG엔솔 영향 2차전지 투심도 위축

인플레 등 근본원인 해소돼야 반등

1일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량으로 팔아치우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이기지 못한 채 1년 8개월 만에 장중 2300선을 내줬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는 장 막바지 소폭 반등하며 가까스로 2305선을 지킨 코스피지수가 찍혀있다. 권욱 기자1일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량으로 팔아치우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이기지 못한 채 1년 8개월 만에 장중 2300선을 내줬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는 장 막바지 소폭 반등하며 가까스로 2305선을 지킨 코스피지수가 찍혀있다. 권욱 기자











코스피가 하반기 첫날부터 장중 2300선이 무너지며 추가 하락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하며 국내 대표 업종인 반도체의 수출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고 삼성전자(005930) 등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은 것이 지수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수를 떠받쳐왔던 2차전지의 추락도 2300선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공포가 사그라들고 지수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내다본다. 결국 이달 중순 발표될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증시 반등을 따져볼 만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악의 상반기’에 7월 첫날부터 2300 무너진 코스피=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22포인트(1.17%) 내린 2305.4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291.49까지 추락하며 1년 8개월 만에 2300선을 내줬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지난해 말 대비 21.67% 하락해 1990년(-22.3%) 이후 ‘최악의 상반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0.8%)과 버블 붕괴가 발생했던 2000년(-20.1%)보다도 하락률이 컸다. 낙폭이 컸던 만큼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지만 하반기 첫 거래일인 이날 장중 2300선마저 무너지며 하락 공포는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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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낙폭이 커진 것이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220억 원, SK하이닉스를 894억 원어치 순매도했는데 이날 외국인 총순매도 규모(3439억 원)의 90%가 두 종목에서 발생했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장중에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반도체 업종의 추락은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리라는 우려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6월 30일(현지 시간) 글로벌 3위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이번 분기 매출이 72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91억 4000만 달러를 21%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PC와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각각 10%, 5%가량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에 마이크론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1.68% 하락했다.

아울러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가격과 D램 가격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PC D램의 현물거래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이 전혀 현실화되고 있지 않다”며 “소비자 가전 관련 수요가 계속 줄어들면서 D램의 소비 채널이 부족하며 서버 D램 가격 하락이 PC D램 가격의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1조 7000억 원 규모의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3거래일 동안 13.15%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3거래일 연속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면서 801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SDI(006400) 또한 같은 기간 11.88% 급락하면서 50만 원 초반대까지 주가가 주저앉았다. 긴축 강화 우려 속에 네이버(NAVER·-1.25%)와 카카오(035720)(-3.72%) 등 정보기술(IT) 성장주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2200선은 지킬 것”…6월 CPI 발표 분수령=반도체·2차전지 업황 및 외국인 수급 악화 등의 악재를 마주하고 있지만 증권가는 이달 중 코스피가 2200선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코스피 밴드를 2250~250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 모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시장은 어떤 스케줄로 진행될지 알고 있어 금리 인상이 시장에 가져올 충격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미국 경기 둔화에 유럽과 일본의 통화 긴축으로 달러 강세는 진정될 수 있다”며 “이는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쳐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를 제한하면서 시장은 급락보다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반등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등 경기 침체 우려를 초래한 악재가 해결될 기미가 보여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대로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돼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및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 제조업 기업의 원가를 높이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하향 조정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연초 예상과 달리 높은 원자재 가격이 유지되면서 코스피 영업이익률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물증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극한의 연준 긴축 공포과 경기침체 조기화 우려에 대한 사주경계를 지속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투자심리 회복 측면에서는 CPI의 피크아웃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기문 기자·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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