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연초부터 지속된 엔화 가치의 하락에 일본 내 아이폰 가격을 인상했다. 원화 가치 또한 내려간 만큼 국내에서도 현재 출시 중은 아이폰 시리즈는 물론, 하반기 선보일 아이폰14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원화 약세 속에 갤럭시Z 폴드·플립4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환율이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격전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일본 내 아이폰SE·아이폰13 시리즈 가격을 최대 20%가량 인상했다. 일본 애플은 지난달 맥북·태블릿·스마트워치 가격도 인상한 바 있다. 애플이 일본 내 제품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극심한 엔저 현상이 있다. 이날 기준 달러-엔 환율은 1달러 당 135엔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20%가까이 올랐다. 지난 199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애플은 환율 변동폭만큼 제품 가격을 인상한 셈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오는 9월 출시할 아이폰14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시장조사기관 MM소켄을 인용해 일본 내 아이폰14 가격이 최대 20%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일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강 달러가 지속되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역에서 애플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애플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 속에서 해외 시장 가격을 동결하면 달러로 환산할 때 수익이 줄어드는 탓이다. 실제 애플은 최근 국내에 신형 맥북 에어를 출시하며 출고가를 40만 원 인상하기도 했다.
반면 8월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플립4로 신형 아이폰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가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화 약세가 한국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폴더블폰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규모의 경제’ 실현을 돕는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은 222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1% 늘었다. DSCC는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지난해 800만 대에서 올해는 최대 2000만 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 확대에 대비해 대량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주문했다는 소식도 이어진다. 로스 영 DSCC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지난해 2배 이상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주문했다”며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부족했던 폴더블 디스플레이 수급난이 해결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Z 플립3를 내놓으며 출고가를 40만 원가량 인하한 전력이 있다. 갈수록 폴더블 디스플레이 공급이 안정화되며 원가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성능을 올리면서 출고가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서도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으로 타격 입은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이미지 반전을 위해 공격적인 폴더블폰 가격 정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