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통화스와프·수출규제 폐지 논의…"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제안도

■3년만에 한일재계회의…전경련-게이단렌 '경협 물꼬'

'DJ-오부치 선언 미래지향적 계승' 공동선언문 채택

韓 CPTPP가입도 다뤄…"한일 정상회담 속히 열리길"

'전경련 탈퇴' 삼성·SK·현대차·LG 경영진도 대거 참석

허창수(앞줄 오른쪽부터) 전경련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허창수(앞줄 오른쪽부터) 전경련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




한일 관계 악화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중단됐던 한일재계회의가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3년 만에 재개됐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미래 지향적으로 계승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두 단체는 또 경제협력 범위를 양국 관계를 넘어 한미일 3국으로 격상하는 ‘비즈니스 서밋(정상회담)’ 구성까지 제안했다.



전경련은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의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과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열었다.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 회의는 양국 경제계의 상호 이해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1983년부터 매년 열리다가 2020년과 지난해에는 취소됐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078930)그룹 명예회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19가 막바지인 것처럼 얼어붙은 한일 관계도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숨통이 열리는 것 같다”며 “일본 기업의 신중함과 한국 기업의 민첩함을 합치면 세계 최강의 조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이날 회의에서 △한일 경제 동향·전망 △지속 가능 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새로운 세계 질서와 국제 관계 등을 논의하고 양국 관계를 경제계가 앞장서서 풀자고 합의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일본의 3각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을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미국과 함께 최고위급 정기 회의를 열어 두 나라의 국제적 경제 위상을 함께 높이자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세 나라는 최근 중국을 견제하는 자유주의·시장경제 국가 중심 공급망 구축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미국·한국·일본·대만이 주축이 돼 추진하는 반도체 분야의 ‘칩4’ 동맹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미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입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가 한국 내 연구개발(R&D) 시설을 짓기로 했고 일본 업체 TEL도 20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R&D 시설을 증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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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일본 간 공급망이 촘촘하게 구축된 것은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일본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앞다퉈 해외 공장 증설에 나서며 미국 완성차 업체가 편성한 전기차 생태계에 강하게 편입되고 있다. 비즈니스 서밋 제안은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을 더 강화해 세 나라의 경제계가 글로벌 위기 타개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전경련 측 참석자들은 나아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일본의 지지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주도로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한국과 일본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19년 7월부터 이어진 상호 수출규제 폐지, 상호 무비자 입국 제도 부활, 인적 교류 확대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구보타 마사카즈(앞줄 왼쪽부터) 게이단렌 부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전중선(뒷줄 왼쪽부터) 포스코홀딩스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가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구보타 마사카즈(앞줄 왼쪽부터) 게이단렌 부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전중선(뒷줄 왼쪽부터) 포스코홀딩스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배상근 전경련 전무가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


양측은 회의 이후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을 포함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서는 민간 교류 정상화를 위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 부활 필요성, 내년 일본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 개최 합의 등의 사안도 확인했다.

허 회장은 이를 두고 “한일 관계 개선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정상회담을 조속히 열어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 스와프(화폐 맞교환) 재개, 한국의 CPTPP 가입 등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이에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한일 정상과 각료 간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때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경영진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005380) 사장, 조주완 LG전자(066570)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회의에 동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000070) 회장, 조현준 효성(004800) 회장, 윤종규 KB금융(105560)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도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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