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거주자가 '층간소음'을 이유로 손님이 방문한 윗집에 인터폰을 걸어 심한 욕설을 한 경우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원심과 다르게 발언의 ‘전파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들은 2019년 7월 아파트 위층에 사는 C씨를 모욕한 혐의를 받는다. 평소 C씨와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던 A씨와 B씨는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욕설과 폭언을 내뱉었다. 당시 C씨는 같은 교회 교인인 직장 동료를 집에 초대한 상태였다. 직장 동료의 3살, 4살배기 두 딸과 C씨의 7살짜리 아들도 함께 있었다.
C씨 집에 찾아온 손님들도 스피커 형태의 인터폰에서 나오는 욕설을 고스란히 들었다. 욕설 중에는 C씨의 인성이나 자녀 교육 문제를 거론하는 내용도 있었다.
1심은 이들에게 각각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C씨의 집에 있던 지인은 직장 동료이긴 하지만 비밀을 지켜줄 만큼 특별한 신분관계에 있진 않아 전파 가능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심은 지인이 다른 이들에게 해당 발언을 전파할 가능성이 낮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모욕죄 또한 명예훼손과 마찬가지로 전파 가능성을 기준으로 성립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파 가능성을 놓고 살펴본 대법원은 C씨와 동료가 비밀을 보호해줄 만한 관계는 아니라는 점, 욕설 내용이 사회적 관심이 큰 층간소음에 대한 내용인 점을 들어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층간 소음을 인성 및 자녀 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 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건 당시 대화 내용 중에는 손님이 방문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있다. 집에 손님이 방문한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집 거실에 음향이 울려 퍼지는 인터폰을 사용해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