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황 속 치킨게임 확산, 방심하면 주력 산업 절멸한다


2007년 반도체 시장을 휩쓸었던 ‘치킨게임’이 불황 앞에서 재연될 조짐이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공급사들이 재고 부담으로 가격 인하 뜻을 보이기 시작했다.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1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밀려오자 가격 인하와 공급 조절 등으로 생존 경쟁을 벌이면서 위기를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치킨게임은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인하 공세가 우리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타격을 줬다. 6월 OLED 수출은 22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조선사들도 올 상반기 4년 만에 세계 수주 1위를 탈환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기 하강에 따른 잇단 선박 계약 해지 등으로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고경영자(CEO) 명의의 담화문과 함께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중국 전기자동차의 비약적 성장으로 자동차·배터리 분야에서도 조만간 벼랑 끝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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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6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경제 위기 대책을 논의했다. 당정은 물가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7월 국회에서 규제 합리화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지만 위기 돌파를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벌이지는 못했다. 정부로서는 당장의 민생 문제 해결이 절실하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제조업 경쟁력 확보다. 주력 기업들은 지금껏 기술력으로 버텨왔지만 성장·수익성 등에서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세제·규제 완화책은 물론 기업의 생존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지원 방안을 최대한 찾아야 할 것이다. 수출 자금을 확대하고 회사채 등 자금 상황을 정밀 점검해 응급 수혈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부의 무대책 속에 기아자동차가 부도를 맞고 이는 결국 외환위기로 이어졌지만 15년 전 치킨게임을 이겨낸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시장의 압도적 승자가 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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