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사과정 일부 누락된 진술 영상…대법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 안 돼"

조사 시작부터 서명까지 전 과정 기록돼야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서면 동의 등 진술조서 전 과정이 기록되지 않은 영상녹화물에 대해서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갈, 특수협박,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3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충남 서산지역 조직폭력배인 A와 B씨 형제는 유흥접객원 알선 영업을 하면서 2017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유흥업소 운영자들을 협박해 보호비 명목으로 총 12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유흥업소 종사자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A씨와 B씨는 혐의를 부인해 검찰은 재판에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제출됐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이 재판에서 진술조서를 증거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사가 개시된 시점부터 조사가 종료된 뒤 서명을 마치는 시점까지 전 과정이 기록돼야 한다.

하지만 법정에서 피해자들은 일부 진술을 번복했고, 진술조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명했다는 증언했다. 실제 녹화된 영상에는 피해자들이 해당 조서를 열람하는 장면이 빠져 있었다.

쟁점은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규정된 방식 및 절차를 위반해 제작된 영상녹화물을 증거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 증거능력을 인정해 진술조서를 증거로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술조서 관련 영상녹화물은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이 정한 위 요건을 갖추지 못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영상녹화물의 조사를 신청하려면 영상녹화를 시작하기 전에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고 그에 관해서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영상녹화 동의서를 첨부해야 한다"며 "이를 위반한 영상녹화물에 대해서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진술조서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 만으로도 피고인의 공갈 범행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사전에 피해자들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조사 전 과정이 녹화되지 않은 영상녹화물에 대해서는 진술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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