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오철수칼럼] 성군은 편신<偏信>하지 않는다

◆서울경제 논설고문·백상경제연구원장

정부부처 요직 검사출신 대거 기용

새 정부 출범이후 인사잡음 잇달아

사회문제 해결의 원동력은 다양성

측근정치 함정 벗어나 두루 등용을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당나라 태종이 신하인 위징에게 물었다. “좋은 임금과 나쁜 임금의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러자 위징은 ‘서경’에 나오는 ‘순어추요’를 인용해 대답한다. 순어추요는 나무꾼한테도 물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국정을 운영하는 임금에게 왜 나무꾼 같은 미천한 사람들한테 물어보라 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적인 능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국정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위징이 순어추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이것이다. “임금이 밝은 까닭은 겸청하기 때문이고 임금이 어두운 까닭은 편신하기 때문이다(君之所以明者 兼聽也 其所以暗者 偏信也).”



위징의 충고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 것은 왜일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편중 문제가 구설수에 올랐다.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참모진이나 전문가 그룹을 대거 등용하면서 구성 면에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최근에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발탁된 검찰 출신은 장·차관급에서만 6명에 달한다. 법무부 장·차관을 비롯해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국가보훈처장, 법제처장 등이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자리에도 검찰 출신들이 대거 포진됐다. 법률비서관이나 공직기강비서관은 그렇다 쳐도 인사·총무 등에도 검찰 출신을 기용한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금융감독원장까지 검사 출신이 임명되자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인재 풀이 너무 좁은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법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고 있고 이게 바로 법치국가”라고 강조했지만 그다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물론 검찰 출신의 금융감독원장 발탁은 좋은 점도 있다.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 사건 등과 같은 금융 범죄 수사를 지원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고도화하는 금융 산업 환경 속에서 금융감독원이 해야 할 업무는 그보다는 훨씬 넓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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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에서 주요 수사를 담당하는 자리에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통들이 전면 배치된 점도 논란 거리다.

정부 내의 주요 보직을 특정 영역 출신들로 채우면 정부 대책도 제한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다양성이 떨어진 시각에서 나온 대책으로는 문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인사를 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권에서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들로 도배되지 않았느냐”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서 그랬으니 이 정부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지난 정권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왜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인사 실패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문제 인물들의 기용을 고집하면서 국론이 분열되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이를 따라하겠다는 것은 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자칫 정권 초반부터 국정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복합 위기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국정 동력이 떨어지면 나라도 국민도 불행해진다. 지금은 위기 극복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과 함께 가는 것이다. 특히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정부가 믿을 것이라고는 국민들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라도 측근 정치의 함정에서 벗어나 인재를 두루 등용해야 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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