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인도선 쇼핑플랫폼도 허용하는데…한국 은행은 배달앱 내놨다 '비난 화살'

[다시 기업을 뛰게하자] 2부- '규제 주머니' OUT

<11> 시장 원리 무시한 규제에 금융혁신 좌절

카톡보다 앞섰던 우리銀 '위비톡'

규제 맞추다 가입 복잡해져 외면

해외선 생활 플랫폼으로 영토확장

韓선 각종 제약에 사업 범위 좁아

여론도 '과도한 몸집 불리기' 비판

규제·따가운 시선에 혁신 뒤처져


# 2020년 우리은행은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6년 메신저 서비스 제공 업체 브라이니클의 위비톡 솔루션을 인수하고 자동 번역 기능을 담기 위해 한글과컴퓨터와 기술 제휴에도 나서는 등 우리은행은 위비톡에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다. 논란은 있지만 한때 위비톡 가입자가 500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위비톡 안에서 우리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델로 지금 카카오톡에서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이미 우리은행은 한발 앞서 시도했던 셈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새로운 금융 모델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금융권 인사는 “위비톡에서 간편 송금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고객이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해당 서비스에 다시 고객이 가입하거나 동의를 받도록 하게 돼 있어 불편해 외면을 받게 됐다”며 “카카오톡과 비교되는 등 분명히 내부적인 한계도 있었겠지만 당시 규제도 실패에 한몫했다”고 기억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보험·여신 등 각 금융업권 협회들은 업권별 규제 개선 과제를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올 초부터 규제 완화를 위해 진행했던 관련 법 개정 등 각 업권 차원의 검토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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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은행 등 금융권이 정부에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규제는 올해 들어서 갑자기 튀어나온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금융회사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며 “금융 당국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비금융 서비스 진출 확대는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이전부터 나왔던 내용이다. 현재 은행의 자회사 업종은 은행업감독규정에 열거된 15개 금융 관련 업종과 이와 비슷하다고 금융위가 인정한 업종만 가능하다. 은행의 부수 업무 역시 고유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늑장을 부리는 사이 이미 해외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다양한 형태와 업종의 자회사를 두고 여기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핑안보험은 헬스케어와 식품·주택·자동차·엔터테인먼트 등 생활 생태계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의 SBI(State Bank of India)는 ‘요노’라는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구축해 확보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기업뱅킹과 비금융 생태계를 결합시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16년 은행업 고도화 회사를 도입했다. 말 그대로 은행의 업무 범위가 빅테크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은행 이용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고도화된 회사(주로 핀테크)를 은행 자회사로 둘 수 있게 했다. 시작은 핀테크부터였지만 이후 부동산 임대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나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사업까지 업무 범위가 확대됐다.

2년 전 신한은행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올해 정식 출시됐다. 은행이 배달 앱까지 만들어 운영한다는 비판에도 신한은행이 ‘땡겨요’를 전략적으로 키우려고 하는 이유 역시 규제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테크 기업은 은행과 금융기관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은행은 그렇지 못하다”며 “계열사 간 정보라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 은행은 다양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 대해서도 제약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에 수탁 가능한 재산을 7종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금전·증권·금전채권·동산·부동산·부동산관련권리·무체재산권만 수탁할 수 있어 다양한 신탁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이미 증권 업종에서는 흔하게 선보이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일임업도 은행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곳이나 다 사용하는 지문·홍채 등 바이오 정보를 활용한 인증 제도도 초기에 은행은 도입하지 못했다”며 “더 큰 문제는 규제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은행들 역시 혁신과 변화에 소극적으로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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