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연기 인생 30년째 맞은 설경구 "연기, 영원히 풀 숙제… 스스로 '잘 버텼다'고 말해"

올해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서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열어

30년 맞는 소회에는 "아련해졌다… 대표작 한 편만 뽑으면 '박하사탕'"

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연합뉴스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연합뉴스




“하나하나 숙제를 풀어가면서 오다 보니 30년이 된 것 같습니다. 숙제를 제대로 풀지 못해 좋지 않은 작품도 있었던 것 같고, 굴곡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는 ‘잘 버텼다’는 말을 하네요”

배우 설경구는 대학교 2학년에 연극무대에 처음 선 이래 올해로 연기 인생 30년째를 맞았다. 첫 주연작인 ‘박하사탕’ 이래 ‘공공의 적’, ‘실미도’ 등으로 대중적 인기도 얻었지만 침체기도 있었고, ‘불한당’으로 인기가 반등해서는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30년을 기념하는 의미는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그의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가 열린다. 설경구는 8일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40, 50년 넘은 선배들도 계시지만 30년이 중간 점검하고 갈 수 있는 시간으로 특별하게 생각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연히 영화제 측과 통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특별전을 하게 됐더라”며 “특별전을 하기로 한 뒤엔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설경구가 출연한 작품들 중 ‘박하사탕’, ‘오아시스’,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자산어보’ 등 7편을 골라 상영한다. 그 중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박하사탕’이다. 설경구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박하사탕’ 때만큼 말초신경까지 끌어와야 하는 작품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제 기간 관객과 만나는 메가 토크 행사와 사진전 행사도 열리며, 그의 여정을 모은 기념 책자도 나왔다.

관련기사



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천=연합뉴스배우 설경구가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설경구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천=연합뉴스


설경구를 주목 받게 한 건 오롯이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연기가 “영원히 못 풀 것을 알면서 풀어가야 하는 숙제”라고 말한다. 그는 “연기를 배운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연기를 배우는 거야?’라고 묻는다”며 “비법도 속성도 절대로 없다. 끊임없이 몰입해서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년이라는 말이 상당히 마음에 와 닿았다는 설경구의 30년 연기 인생에 대한 소회가 궁금했다. 설경구는 “제가 영화는 ‘꽃잎’(1996)이 시작인데, 영화제에서 만들어준 책자를 보면서 아련해졌다”며 “어쩌면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하는 연기 인생일 수도 있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마무리가 끝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는 “저도 중년을 넘어가고 있더라. 배우로서 나이를 잘 먹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몸 관리, 얼굴 관리하며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잘 나이 먹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0년을 더 연기한다면 회고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정지영 감독은 “30년 후에 설경구가 회고전을 틀림없이 할 것으로 장담한다”며 “나이를 먹어도 감독들이 꾸준히 찾는 배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고전 제목은 무엇이 좋겠느냐고 묻자 설경구는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본인이 대표작으로 강조했던 ‘박하사탕’을 관통하는 대사로, 작품에 대한 애정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답이었다.


부천=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