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경기침체 공포에…'파산 선택' 中企 늘어난다

코로나 타격 이어 복합위기 겹쳐

5월 법인파산, 전년 대비 20%↑

회생신청도 1월 47건→5월 72건

9월 대출 만기 연장조치 만료땐

한계 직면 자영업자 더 많아질듯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위치한 소규모 화장품 제조업체 A사는 지난달 말 파산을 신청했다. 연매출 50억 원 가량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던 이 회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사장 B씨는 “조금만 지나면 다시 회복하겠지”라는 생각에 대출을 받아 인건비와 임대료를 충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 악화는 계속됐고 빚만 늘어갔다. 2021년 말 적자가 30억 원에 달하자 그는 폐업신고를 하고 법원에 개인파산도 신청했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3년 여 긴 시간 움츠렸던 소규모 중소업체들이 경제불황을 더는 버티지 못하면서 파산 신청이 수개월째 급증하고 있다. 한계 상황에 다다른 데다 최근 물가 폭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가 더해져 기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탓에 파산을 선택하는 ‘자포자기’ 중소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내놓은 6월 중소기업 동향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월 법인파산은 83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69건) 14건, 20.3%가 증가했다. 1월에 상승세가 꺾였다가 2월부터 4개월째 파산 건수가 늘고 있다. 장기간에 거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소규모 중소업체들이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파산 신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창용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 경기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불안 심리에 사업 의지가 꺾이면서 파산을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 확산으로 창업 중소업체도 줄어들고 있다. 4월 창업기업 수는 전년동월 대비 14.7% 감소한 11만 1,054개 기록했다. 업종별로 제조업(-21.7%), 서비스업(-15.2%), 기술기반업(-11.7%) 중심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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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형태별로 살펴보면 법인 창업기업은 감소로 전환했고, 개인 창업기업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법인 창업기업 수는 1만492개로 전년동월 대비 3.5% 떨어지며 감소 전환을, 개인 창업기업 수는 10만562개로 전년동월 대비 15.8% 하락하며 내리막을 이어갔다.

한 회생 전문 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파산 상담 요청 건수가 회생보다 더 많아졌다”며 “오랜 동안 키워온 회사를 포기하고 싶은 사업주는 없을 텐데 그만큼 고충이 크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나마 계속 사업 의지가 있는 중소업체들의 법원회생이 늘고 있다. 법원회생 신청이 1월 47건에서 5월에 7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우려되는 대목은 법원을 찾는 중소기업이 하반기부터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금리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오는 9월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만료돼 영세중소기업의 줄도산을 비롯해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 하반기 개인 및 기업의 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는 회생·파산 전문 법관을 확충하고, 회생법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 간 접수된 개인 회생·파산 건수는 총 9만9442건으로 연 평균 4만건대에 달했던 2019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적 위기가 발생하면 화장품 등 소비재를 다루는 영세 중소업체 위주로 파산이 증가했다”며 “본격적으로 정부의 긴축정책이 가동되면 연말부터 영세법인 파산은 물론 중소기업의 파산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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