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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위험 상품 취급 말자"…인적 징계 치중에 새 펀드 씨말라

[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2부.규제주머니 OUT]

<13> 활성화 시급한 간접투자시장

사모펀드 사태 등 툭하면 CEO 처벌

경영진들 상품 개발·판매 몸사려

월평균 신규펀드 설정 10년래 최저

상품특성 맞춰 제도 보완·간소화

인센티브로 내부통제 개선 유도를





“부실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대표이사들이 무더기 제재를 받은 후 업계에서는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품은 아예 취급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습니다. 있던 상품들도 판매 중지되다 보니 새로운 상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사모펀드 사태로 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강화된 금융 규제가 시행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그간 규제의 집중 타깃이 된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은 신규 출시 상품이 급감하고 특히 일부 고난도 상품들은 씨가 말랐다. 판매사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내려진 중징계 처벌이 타당성 논란 속에 2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점 역시 업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처벌 중심의 인적 제재는 다양한 상품의 판매를 원천적으로 틀어막아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많다. 펀드 시장 등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인적 징계와 모호한 규제가 아닌 개별 금융 상품의 특성에 맞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월평균 신규 펀드 설정 건수는 284건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동기(574건) 대비 4년 만에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2016년 528건, 2017년 512건, 2018년 574건, 2019년 373건, 2020년 467건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월평균 신규 펀드 설정 수는 금소법이 시행된 지난해 348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0건 선으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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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것은 최근 2년간 공모펀드 신규 설정 건수의 감소세다. 2020년 상반기 453건에 달하던 월평균 공모펀드 신설 건수는 올해 상반기 272건으로 40% 감소했다. 한편 사모펀드의 경우 같은 기간 14건에서 12건으로 줄어들었다.

강화된 금융 규제에 집중 타격을 당한 것은 고난도 금융 상품군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수 증권사가 일부 고난도 금융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고난도 금융 상품은 파생상품 투자 비중이 20% 이상으로 투자자가 손익 구조 등을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 이상인 상품이다. 지난해 이들 상품에 가입할 시 최대 1주간의 숙려 기간을 부여하는 ‘고난도상품숙려제’가 도입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 등 대다수 상품의 투자 적시성이 떨어졌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간만 판매 가능한 모집식 상품의 경우 투자자가 원하는데도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로 판매사 CEO들에게 내려진 중징계가 ‘과도한 처벌’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2년째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점 역시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2020년 이후 지금까지 부실 사모펀드의 판매 책임을 물어 증권·은행 전·현직 CEO급 인사 12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으며 이 중 과반(7명)에게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가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내부 통제 기준 미비’를 근거로 내세운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마찬가지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제재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제재 타당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해당 사건의 항소심에 대한 최종 판결은 이달 22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적 제재를 중심으로 하는 징계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이 제도 개선 및 물적 중심의 제재가 아닌 인적 제재에 초점을 둘 경우 경영진들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 금융투자 상품 전반에 대한 개발과 판매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징계 시 이유로 꼽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실효성’ 역시 인센티브 등 유인을 통해 개선해야지 ‘징계를 위한 징계’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 상품 규제에 있어서도 각각의 금융 서비스 성격에 맞게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 상품들의 개별 특성에 맞지 않는 모호한 규제가 업계 전반에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요청 시 제도를 완화·미적용하거나 금융 상품별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규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교한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이슈로 촉발된 규제 강화가 공모펀드 전체로 확대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호소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 범위를 일부 초고위험 상품으로 좁히고 중·저위험 상품에 대해서는 설명 의무, 계약 서류 교부 의무를 완화하는 등 판매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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