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을 뒷받침할 전문가 회의체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11일 첫 회의를 열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는 위원장을 맡은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주재 아래 자문위원들이 참석해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주말 확진자가 지난주에 비해 2배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을 인정했다. 오늘 13일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 대비대응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문위 회의에서 나온 의견이 결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정기석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는 전파를 차단하는 것보다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중증화·사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의료대응 체계를 면밀히 점검해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간 경과에 따른 예방접종 효과 감소 △기존 감염자의 자연면역 저하 △면역회피가 강한 BA.5 변이의 확산 등을 위험 요인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시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중심 자문위의 검토와 판단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준비한 구체적인 세부 대응 방안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전문가 중심 집단지성에 따라 선제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역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불편함은 최소화하면서도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도 편하게 진단받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향후 유행상황에도 지속 가능한 대응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방역의료 전문가 13명과 사회경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와 역할이 비슷해 보이지만 위원 전원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점이 다르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재유행 대비책 중 하나로 백신 4차접종 대상자를 50대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일 백신 4차 접종을 하면서 "정부도 더 많은 분께 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곧 접종 범위 확대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발언해 접종대상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초 4차접종 대상을 60세 이상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증·사망률이 높은 고령층의 4차접종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중요하다고 제언하는 상황이다.
자문위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를 유지 여부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분간 격리 의무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적모임이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의 방역 대책이 현시점에서는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요양병원·시설 면회 제한은 가능한 방역 조치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달 확진자의 7일간 격리 의무를 오는 17일까지 4주 연장하면서 격리의무 전환의 판단 기준으로 6가지 지표를 제시했는데, 재유행 확산으로 지표들은 악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