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보던 얼굴로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당권주자 중 유일한 비수도권 의원이다. 민주당이 전국정당을 표방하려면 (본선 후보) 3인 중 한 명은 (비수도권에서) 들어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지역구가 비수도권(충남 아산을)인 강훈식 의원은 13일 서울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본인을 ‘숨은 진주’로 표현했다. 직전 대선후보와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경쟁자들에게 가려지며 지지율 고전을 겪고 있지만 ‘뻔하지 않은’ 인물이 최종 당 대표 후보로 결정되는 것만으로도 민주당 변화의 바람을 상징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인지도가 가장 낮은 제가 당대표 후보가 되면 새로운 파격 구도가 형성된다”며 “나이(1973년생)도 가장 어리다. 국민들 눈에는 신선하게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단일화도 컷오프 이후 얘기될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강 의원은 본인의 경쟁력을 ‘쓸모 있음’으로 표현했다. 이해찬 당 대표 시절에는 전략기획위원장과 수석대변인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쓸모 있는’ 역할을 맡아왔다. 건국대 총학생회장 시절에는 학생들의 민원을 받아 학생식당에 ‘딸기우유’를 공급하기도 했다.
정치도 ‘흰 우유·초코 우유’가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쓸모 있음’에 방점을 뒀다. 강 의원은 “민주당도 쓸모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당 대표가 되면 △문제는 경제야 위원회 △정치보복대응 위원회 △진보 재구성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N고 시대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며 국민들은 정치가 쓸모없다고 느낀다”며 “이에 민주당이 대안이 되려면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내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특히 집중하는 것은 ‘진보 재구성 위원회’다. 민주당이 대변해야 하는 준거집단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역할이 쇄신의 첫걸음이라는 얘기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누가 서민이고 중산층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 혹은 집 한 채 가진 사람 등 대상을 명확히 하고 그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어르신 세대에 대한 전략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 의원은 “남북·진영·세대가 분열되면 보수가, 이들이 통합하면 진보가 집권한다는 게 지금까지 정치권의 집권 방정식이었다”며 “수도권에는 청년층이 모이지만 지방은 더욱 고령화가 심해진다. 전국정당이 되려면 오히려 어르신을 잘 모시는 정당으로 새로운 타깃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민주당은 선명야당과 대안정당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가야 한다. 과거 정치는 선명야당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지만 170석 야당은 동시에 대안정당임을 국민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결국 ‘발목잡기’ 프레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국민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지금은 가을 날씨이고 내년부터 빙하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정당이 되지 못하면 국회의 책임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후원회장인 김영춘 전 의원이 말한 ‘생활정치’도 쓸모 있는 정치를 위한 중요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쓸모 있음’은 곧 ‘책임’을 뜻한다. 강 의원도 지난 대선 패배, 나아가 이른바 ‘조국 사태’로부터 책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강 의원은 이 때문에 출마선언문의 초반을 반성문으로 적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민주당이 지금에 이르도록, 침묵하고 방치한 저의 모습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가 몇 주간 지속되면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과거 얘기만 할 순 없다”며 “이제는 미래에 어떻게 더 잘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에 맞서 출마한 이유로는 “지금 당 대표는 세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미래와 혁신을 잘 그려낼 수 있는 사람, 170석 야당에서 운영 능력과 정무적 감각, 전략적 판단이 뛰어난 사람, 그리고 계파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된다”며 “이 세 가지 모두 교집합이 되는 사람이 저라고 판단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당권 경쟁의 최대 화두인 차기 총선 공천권과 관련해선 “전략기획위원장 시절 180석을 얻게 한 시스템 공천을 만들었다”며 “이보다 더 나은 시스템이 있다면 적용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시스템을 준용하는 게 민주적인 절차이자 합의”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7명의 대선 주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민주당은 ‘킹’이 되기보다는 ‘킹메이커’ 역할을 맡을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강 의원은 “5년 전만 해도 수도권에 이재명·박원순, 충청에 안희정, 호남에 이낙연, 영남에 김경수·유시민, 강원에 이광재 등 7명의 대선주자가 있었다. 상상력이 활발해지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이재명 한 명 뿐”이라며 “차기 당 대표는 새 인물에 대한 개방과 신진인사 영입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대선후보를 얼마나 잘 육성하는지도 살아있는 정당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