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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문화재·박물관 정책 '원칙' 세워야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한창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전은 해외를 떠돌던 문화재가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는 데 의미가 크다. 그럼 이번에 돌아온 조선회화 ‘독서당계회도(1531)’는 어디서 관리하는 것이 옳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중앙박물관 아니면 문화재청 산하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재청은 산하 국외소재문화재단 예산으로 환수했으니 고궁박물관에 등록해야 한다 할 것이고 중앙박물관은 회화작품으로 동산문화재니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리하자고 할 것이다. 문화재·미술품은 환수도 중요하나 이후 어느 전문기관이 등록해 보존·관리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유럽이나 미국의 문화재·박물관 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영국은 1992년 국가 유산부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와 산하의 박물관·도서관·고문서위원회(MLA)가, 프랑스는 1959년 문화부 창설 후 2009년 박물관국(DMF)이, 미국은 1996년 미국박물관·도서관서비스연구소(IMLS)를 설립해 문화재·박물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큰 틀에서 하나의 기관이 총괄하고 유형별·시대별로 산하 기관이 나눠 맡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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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문화재·박물관 정책은 문화부와 문화재청으로 이원화돼 있다. 또 각각의 부처는 자신들의 박물관을 설립·운영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유네스코 기준에 따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복합유산에 대한 관할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문체부에 박물관국을 둬 문화유산 중 유형문화유산(동산문화유산)과 박물관·미술관·도서관·문서고·동물원·식물원·과학관·기념관 등을 관장하고 부처별로 운영 중인 박물관도 모두 문화부로 이관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궁궐·서원 등 부동산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천연기념물·국립공원 등을 통합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독도는 문화재청, 설악산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것은 부처 간 땅따먹기와 다름없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의 중첩되는 기능을 통폐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립지방박물관과 문화재청의 국립문화재 지방연구소는 다른 듯 같은 기관이다. 기능이 거의 같은 기관을 둘로 나눈 것은 일자리 때문일까, 밥그릇 싸움일까. ‘National Museum of KOREA’라는 명칭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도 1992년 국립민속박물관을 분가시켰듯이 조직과 유물을 분리해 고고학과 고미술 전문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중앙박물관 소장 도자기와 이건희가(家) 기증 도자기를 한곳에 모아 한국도자미술관을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자의 나라라고 목청만 높이지 말고 이를 실증할 기관 설립은 중요하다. 19세기 미국의 백과사전식 박물관이 아니라 이제는 전문성을 ‘지향’할 때다.

이중적으로 왜곡된 문화재·박물관·미술관 정책은 일제가 근대 국민국가 성립 과정에서 고안한 ‘전통’이라는 발명품에 제국주의적 ‘시선’을 보태 한국의 역사를 재조립해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려는 계략에서 비롯됐다. 이런 왜곡된 근대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근대미술관도 필요하다. 그간 양 기관이 식민지 살이와 문화재 약탈이라는 민족적 트라우마를 기관 확장과 자리 보전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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