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고철 수출 통제에…철강, 탄소감축 '골머리'

■산업별 'NDC' 조정작업 착수

바이오나프타 등 원자재값 급등

석화업계도 목표 달성 어려워져

文정부 '대못'에 전체목표 놔둔채

업종별로 미세조정만 이뤄질 듯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한계 여전





“정부가 설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공장을 멈추거나 제품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27일 기자와 만나 정부의 NDC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2030년 화학 부문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2% 낮춘 3740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나프타 원료로 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 수출을 제한하는 등 폐자원도 자원 무기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옥수수나 콩 등을 원료로 한 바이오나프타 같은 경우 식량 가격 급등으로 가격이 껑충 뛰어 석유화학 업계의 탄소 중립 달성 가능성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급망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해 업종별 NDC 목표치 조정을 검토 중이지만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산업부는 2030년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감축하려는 목표치는 놔둔 채 철강·석유화학 등 업종별 배출 목표치만 미세 조정할 예정이다. 기업들에서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업종별 전체 NDC 목표를 낮추면 에너지·수송·건물 등 여타 부문 NDC는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묘수가 없다는 의미다.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에 공언한 ‘NDC 40% 상향’에 따른 부담이 두고두고 우리 산업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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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연말 공개한 산업 부문 NDC 달성 방안을 보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각국의 공급망 재편 및 자원 무기화 추세로 각 대책의 경제성이 불과 반년여 만에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철강의 경우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NDC 목표치 달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고철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전기로에 고철을 투입해 철강을 생산하면 고로와 철광석을 활용하는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75%가량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조만간 고철 수출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수증기로 변환시키는 ‘수소환원제철’을 해법으로 제시하지만 2050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하다. 수소환원제철 개발을 위한 관련 예산도 예비타당성조사에 따른 절차 등으로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철강 업계의 근심이 깊은 이유다.

정부는 또 주요 산업단지에서 연료원으로 많이 사용하는 중유 대부분을 액화천연가스(LNG)로 교체한다는 방침이지만 원가 부담 문제로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제한으로 LNG 가격이 1년 새 2배 이상 급등한 탓이다. 시멘트 생산 시 투입되는 에너지원의 36%를 기존 유연탄에서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각국의 폐플라스틱 수출 규제로 쉽지 않다.

정부는 고철 활용 제고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통해 산업계의 NDC 달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각종 대외 변수 등으로 업계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30년 NDC 목표를 이미 유엔에 제출했다는 점에서 결국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는 원전 활용도 제고로 에너지 부문의 탄소 감축 여력이 늘어난 만큼 산업 부문이 추가로 탄소 배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지만 관련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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