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자의 눈]난마처럼 꼬인 종부세 개혁

권혁준 경제부 기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 대한민국 창의력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수 만든 골드버그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 대한민국 창의력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수 만든 골드버그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 커피잔을 들어 올리면 잔과 줄로 연결된 도르래가 움직이면서 경사로로 공을 밀고 굴러떨어진 공은 또다시 종을 치며 태엽을 돌린다. 복잡한 일련의 과정 끝에 기계는 신문지를 한 장 넘긴다.

이 같은 우스꽝스러운 장치를 옛날 만화영화에서 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복잡한 작동 원리를 통해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이 장치는 고안한 만화가 루드 골드버그의 이름을 따 ‘골드버그 장치’라 불린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 같은 기계가 차질없이 기능하기란 어렵다. 복잡한 장치는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기능까지 추가할 시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세제(稅制) 역시 그렇다.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의도가 담길수록 기존의 설계와는 다른 역(逆)기능이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인 예다. 종부세에는 ‘다주택 투기꾼’의 뒤통수를 정밀 타격하고 보유한 집을 매물로 내놓게 하겠다는 정권의 목적이 담겼다. 여기에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는 적잖은 세금을 걷는, 또 규제지역 주택은 추가로 중과하는 기능도 희망한다. 기계에 비하자면 빨래 건조 기능을 갖춘, 또 얼음까지 나오는 텔레비전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만화적 허용이 현실에도 적용됐으면 좋겠으련만 각종 장치들이 덧대어진 종부세는 1주택자·다주택자 가리지 않고 돌을 던져대는 ‘괴물 기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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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기치 중 하나는 이 ‘엉터리 기계’의 퇴치였다. 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한시 인하, 세율 조정 등 기존의 장치를 땜질하는 데 그치는 모습이다. 세율은 내렸다지만 내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로 80% 수준으로 올리면서 ‘똘똘한 한 채’ 보유자들은 2021년 수준의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백 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알렉산더의 예리한 칼이었다. 풀려고 할수록 꼬이는 매듭을 붙잡고 앓기보다는 ‘알렉산더식 해결법’ 또한 윤석열 정부는 고민해야 할 때다. 어설픈 조정은 ‘선의의 피해자’만 낳는 어정쩡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세종=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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