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요국 상장사 6곳 중 1곳은 '좀비 기업'…금융위기 이후 최대

각국 '돈 풀기' 정책 타고 급증

비중 캐나다 32%로 가장 높아

호주 23%·인도 20% 뒤이어

기업 수는 EU·美 600곳 넘어

저등급 회사채 발행 86% 급감

연준 긴축에 줄도산 우려 고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 글로벌 ‘좀비 기업’의 비중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좀비 기업이 줄도산해 경제에 충격파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조사 업체 퀵팩트셋을 인용해 주요국에서 3년 연속 세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과잉채무 기업이 지난해 기준 전체의 약 16%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조사는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영국·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에서 설립 10년 이상 된 상장사(금융업 제외) 2만 4500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신문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시행된 ‘돈 풀기’ 정책 탓에 좀비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중에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장사가 되지 않는 기업도 빚으로 연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과잉채무 기업의 비중은 미국의 금리 인상기였던 2017~2019년 소폭 하락했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가 터지고 전 세계가 다시 경기부양으로 돌아서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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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보면 캐나다의 좀비 기업 비중이 32%로 가장 높았고 호주(23%), 인도(20%)가 뒤를 이었다. 좀비 기업 수는 EU가 661개, 미국이 606개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신문은 이들 경제권역의 금융시장이 발달해 재무 상태가 취약한 기업들도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 부채를 적극 활용하는 데 신중한 기업이 많아 4%(155개사)에 머물렀다. 좀비 기업으로 분류된 곳의 90%는 연 매출이 5억 달러(약 6500억 원) 이하였다.

문제는 글로벌 긴축 흐름으로 유동성이 빠르게 회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자 좀비 기업들은 신규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워졌다. 금융정보 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기업에서 발행한 저등급 회사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6% 급감한 293억 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11년 만에 최저였다.

파산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설립한 지 90년 된 미국 화장품 회사 레브론은 지난달 중순 미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업계 내 경쟁 격화와 공급망 혼란이 겹쳐 5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를 밑돌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미국의 바닥재 제조사 암스트롱플로링도 5월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프랑스 신용보험 회사 알리안츠트레이드는 내년에 전 세계 기업의 도산이 2021년보다 2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알리안츠의 막심 르메르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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