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전기연구원, 4대 핵심 전자기술 개발 집중…미래 모빌리티 시대 선도

SiC 전력반도체 '트렌치 모스펫' 獨·日에 이어 세계 3번째 개발

액체수소 원천기술력 확보 주력

플라잉카 전용 발전기 개발 목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KERI) 본원. 사진 제공=한국전기연구원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KERI) 본원. 사진 제공=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모빌리티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전화되는 것에 맞춰 육·해·공 전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모빌리티 기술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차용 전력반도체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이 필요한 곳이면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산업의 주요 부품이다.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등 사람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연결하는 고성능 인버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활용된다.

전력반도체의 핵심인 제어 효율을 유지하는 소재 역시 기존 실리콘(Si)에서 재료 특성이 우수한 탄화규소(SiC)로 대체되는 추세다. 우수한 열적·전기적 특성을 지닌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과 2배 높은 열을 견디고 전력 소모도 작아 칩 크기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SiC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에 적용하면 10% 이상의 전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SiC 전력반도체는 소수의 선진 국가들만이 독점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KERI는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와 대량 생산의 핵심인 ‘트렌치 모스펫’(Trench Mosfet) 기술을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했다. 기존 평판 구조가 전자들이 수평으로 형성된 채널을 통과한 뒤 수직 방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면 트렌치 구조는 모스펫 가운데에 좁고 깊은 골을 만들어 전자가 수직으로 형성된 채널을 바로 통과하는 방식이다.



KERI 트렌치 모스펫 국산화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화두인 전력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우선 트렌치 구조로 반도체 칩이 작아진 만큼 1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의 제작 수량이 크게 늘어난다. 6인치 웨이퍼(기판) 1개를 기준으로 기존 평판 구조를 통해서는 1000개의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었는데 트렌치 구조를 활용하게 되면 100개 이상 소자를 더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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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선박육상시험소(LBTS)도 KERI의 연구 역량이 집결된 분야다. 전기선박은 기존 디젤엔진 선박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고 설계도 자유롭고 조종 능력도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배터리 시스템이 선박 하부에 탑재되는 탓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비가 어렵고 배를 해체해서 수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나 잠수함은 수중에서 운항하기에 전기 추진 시스템을 선박에 탑재하기 전 통합 시험을 육상에서 제대로 진행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세계적 수준의 전기선박 육상시험소의 보유 여부가 다가올 해양 방위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드론과 플라잉카에 탑재되는 전기엔진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KERI는는 유무인 항공기를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엔진이 아닌 전기 동력으로 추진시키는 전동기와 발전기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했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통한 수입 대체 효과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해당 기술의 적용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섬이나 험난한 지역에 빠른 물품 배송을 제공하는 드론 택배로 활용이 가능하고 농업 분야에서는 농약을 뿌리는 드론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그 외 교통 감시, 가정 및 공장의 소형 발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향후 3년 내에는 플라잉카에 적용할 10kW급 전동기와 100kW급 발전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수소경제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ERI는 기체수소가 아닌 액체수소 원천기술에도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액체수소는 수소를 영하 253도 극저온으로 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기체 대비 부피가 800배 작아 안전성이 높다. KERI 극저온기기연구센터는 20년 넘게 초전도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축적해 온 극저온 냉각기술을 응용하여 액체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할 수 있게 만드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개발했다.

KERI의 한 관계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사명과 역할을 걸맞게 선도 기술을 적재적소에 제공해 국내 모빌리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시장 선점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KERI의 방침”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창원=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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